다사다난했던 97년 병자년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국가적으로도 경제위기, OECD가입,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대통령 재판, 강릉무장공비 침투사건등'일'이 많았지만 지역 정치권에 국한해서도연쇄부도사태 등 경제위기, 위천국가산업단지 조성여부 논란, 4·11총선에서의 대구 신한국당참패, 총선 선거법위반 사례속출 등 어느 해보다 바쁘게 돌아간 한 해였다. 다가오는 97년 정축년새해를 맞기 전에 지난 한 해를 되돌아 보는 의미에서 지역정치권에 화제를 몰고 온 10대 뉴스를정리했다.
①4·11총선=총선결과는 이른바 TK정서를 적어도 대구에서는 유감없이 발휘한 것이었다. 신한국당은 대구서 불과 2석(강재섭 김석원)을 천신만고끝에 건졌을 뿐이다. 반면 자민련은 전체 13석가운데 8석을 차지하는 대승을 거두었다. 경북의 경우는 대구와 달리 신한국당이 그나마 체면치레를 하는 수준이었고 자민련은 예상치에 미치지 못했다. 경북에서의 자민련 패배요인은 대구의반여권 분위기가 미처 확산되지 않은 데다 자민련 자체의 인물난도 한 몫했다는 평가를 받았다.②총선 선거법 위반인사, 경북 전국 최다기록=선거법 위반 당선자들은 선거법의 공소시효가 끝이나는 10월까지 두 발을 뻗고 잠을 이룰수 없었다.
법위반으로 거론된 인사는 자민련의 김화남, 박구일, 박종근의원과 신한국당의 김일윤, 김광원, 이상배의원은 물론 김윤환 총선 당시 신한국당대표까지 거명됐다. 특히 경북은 15개 광역단체중 최다를 기록했다. 하지만 결과는 용두사미. 김화남의원만 구속됐고 실형을 선고받았을 뿐이다.③12·12, 5·18사건의 재판과 지역정치권 파장=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대통령이 나란히 법정에선 장면은 지역정서에 악영향을 미쳐 결국 총선에서 신한국당 패배의 한 원인이 됐다. 한편 총선에서 5·6공과 관련, 복역중인 허화평, 정호용 두사람은 각각 당선과 낙선으로 명암이 엇갈렸다.또 5공핵심임에도 검찰진술로'5공단죄'에 일조를 한 권정달의원은 예상대로 신한국당행을 결행했다. 한편 김석원의원은 쌍용그룹회장 시절 전 전대통령의 비자금 88억원을 사과상자에 숨겨 주고있다가 5=6공 비자금 검찰조사과정에서 발각돼 연말까지도 검찰에 불려다니는등 곤욕을 치렀다.④위천국가산업단지 조성여부를 둘러싼 논란='된다, 안된다'를 거듭하다 결국 김대통령이 지난 19일 대구에 직접 내려와 위천단지 조성과 낙동강수질개선을 병행한다는 발표를 함으로써 단지 조성은 확정됐다. 지역 정치인들도 때와 장소를 가리지않고 위천문제를 중앙에서 거론하는 집요함을 보여 이 문제만큼은 여야 구분없이 한 목소리를 냈다.
⑤김수한국회의장 황병태국회재경위원장 서훈대구시지부장 김찬우경북도지부장 등 민주계인사 전면 배치=지난 7월, 15대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에 김수한의원이 취임했고 황병태전주중대사가 국회재정경제위원장을 맡는등 지역출신 민주계인사들이 중용됐다. 또 신한국당의 대구시와 경북도지부장에 무소속으로 당선돼 입당한 서훈의원과 3선의 김찬우의원이 기용됨으로써 지역 정치권에도민주계인사의 전면 배치가 이뤄졌다. 정치권에서는 이를두고 여권핵심부가 TK정서에 수동적으로대응하던 종전의 자세에서 탈피, 적극적인 대응으로 나가는 신호탄으로 해석했다.⑥야권의 공동집권론과 DJP(DJ+JP)구상, 국민회의, 자민련의 TK공들이기=국민회의와 자민련의공조, 야권후보 단일화를 통한 수평적 정권교체, 즉 DJP구상은 올해 여야공방의 주요 테마로 자리잡았다. 이를 계기로 국민회의와 자민련 그리고 TK를 한 축으로 삼는 박철언자민련부총재의 '야권공동집권구상'이 나와 주목을 끌었다. 이와는 별도로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야권의 집요한TK파고들기도 전개됐다. 특히 국민회의 김대중총재는 최측근인 권노갑의원을 경북도지부장에 기용했고 당론으로 위천단지 조성을 강조하는외에도 빈번하게 방문, 반DJ정서를 돌리려는 '눈물겨운' 노력을 보였다.
⑦박태준전포철회장 귀국과 야권의 포섭작전, 박씨의 향후 거취=김대통령 취임 직후인 93년3월기약없는 해외유랑길에 올랐던 박태준 전포철회장이 3년8개월만인 지난 11월 모친의 2주기를 맞아 귀국, 유랑생활 청산의사를 밝혔다. 박씨의 귀국을 계기로 야권은 박씨가 그래도 TK지역에 상징성을 가진 인물로 경쟁적으로'TJ포섭작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김대중국민회의총재는 이달 중순 포항을 방문, 박씨를 한껏 추켜세우는 등 미소를 보냈다. 자민련의 김종필총재도 몇차례 전화 통화를 통해 정을 표시했고 지역출신 정치인들을 대거 보내 박씨영입에 열을 올렸다.
⑧신한국당의 대선후보 논의, 김윤환전대표의 킹메이커 역할과 이만섭 전국회의장의 대선출마 시사=김윤환전대표의 대선과 관련한 행보가 TK표의 향배에 영향을 미쳐 대선전에서 승부처가 될것이라는 점 때문에 주목을 끌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TK의 중심인물로 대접받고 있는 김전대표가 직접 나서기보다 킹메이커 역할을 하는데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또 이만섭전국회의장도 지역주민들의 지원을 업는다면 자신도 도전해 볼 수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때문에정치권에서는 여권의 대선주자들, 9룡에는 포함돼 있지 않지만 그를 예비주자로 분류하고 있다.⑨의원들의 당적변경 러시, 대선정국과 관련한 지역정치권 변화=4·11총선 이후 지역출신 국회의원들의 당적변경이 러시를 이뤘다. 대구에서 무소속의 서훈, 백승홍의원이 신한국당에 입당했고경북에선 김일윤, 임진출 박시균의원에 이어 권정달의원까지 입당, 지역의 신한국당 의석수는 6석이 늘어났다. 반면 자민련은 김화남의원이 탈당, 경북에서 1석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대선정국과 관련, 국민회의와의 공조, 그리고 자민련내 TK출신들의 소외감과 반DJ정서를 이유로 여야의 대선후보가 정해지는 내년 중반기 쯤 지역 자민련의원들의 대규모'이동'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
⑩문희갑대구시장의 신한국당 입당설=문희갑대구시장의 거취가 야당소속 단체장의 어려움을 호소한 최각규강원도지사의 탈당으로 관심거리로 등장했다. 문시장은 그러나 자신의 정치적 위상을극대화한 상황에서, 또 지역의 반신한국당 정서가 대선정국과 맞물려 완화될 가능성이 엿보이는시점이 돼서야 거취에 변화를 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또 TK표를 의식않을 수 없는신한국당으로서도 문시장영입은 구미가 당기는 카드라는 점에서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없지않다. 그러나 아직 분위기가 성숙되지 않았다는 판단에 따라 기다리고 있는 형편이다.〈李東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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