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동계 파업행로

'경제살리기'를 명분으로 날치기 통과에 이어 사법처리방침을 공언하는 정부-여당과 '생존권'을걸고 전면파업에 돌입한 노동계의 정면대결은 언제쯤 어떻게 매듭지어질까.

신한국당이 노동관계법 처리를 위한 'D데이'를 26일로 잡은 것은 파업등 근로자들의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이미 예측이 가능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일선 기업 관계자 및 노동관계 전문가들은 법안통과와 함께 전국 주요 사업장에서 연쇄적인 파업이 벌어지고 있으나 연휴등이 겹쳐 총파업은 오는 30일을 기점으로 수그러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이는 법안이 통과된 26일 민주노총 계열의 사업장 상당수가 즉시 파업에 들어갔으나 이같은 상황은 28일이 토요일로 격주 휴무사업장이 많아 한풀 꺾일수밖에 없는데다 30일까지 파업이 계속된다 하더라도 31일에는 간단한 종무식만 가진뒤 퇴근하게돼 근로자들의 응집력이 떨어질 가능성이높다는 분석에서 비롯되는 것.

특히 전체적인 경기침체로 상당수 사업장이 내년 신정연휴를 법정휴일 이틀에 이틀을 더하고 일요일인 5일까지 5∼6일간 휴무할 방침이어서 신한국당이 이같은 전후사정을 고려해 26일 강행을결정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나타난 상황은 정부·여당의 기대와는 거리가 멀다. 법안이 통과된 26일 민주노총이 무기한 총파업을 결정, 오전부터 파업에 들어가는 사업장이 잇따랐고 날이 갈수록 파업열기는 높아지고 있다. 당초 24시간 시한부 파업을 결정했던 한국노총도 27일 전면 총파업을 선언함에 따라 31일까지 사회 전체가 파업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됐다. 한국노총의 갑작스런 방침변화는 '밑으로부터 올라온 노조원들의 드센 요구를 수용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복수노조 상급단체 허용방침이 유보되자, 한국노총 지도부는 기득권을 유지한데 만족해 파업돌입에 애매한 입장을 취했었다. 그러나 '노동법 개정으로 인한 현실적 불안감'을 느끼는 단위노조들과 화학, 금속 등 강성 산별노조의 목청이 커지자 총파업을 결정한 것이다.

이러한 노조원들의 높은 총파업 참여도는 정부-여당을 긴장시키고 있다. 민주노총의 경우 전체 9백29개 노조, 49만6천여 조합원 가운데 50%%이상이 27일까지 파업에 들어갔고 한국노총도 이날오후 제조, 서비스 업종에서만 4백74개 노조, 13만4천여명이 파업에 참여했다. 28일 서울지하철노조를 시작으로 공공부문 노조들이 파업에 들어갈 경우 다른 산업과 시민생활에 미치는 파장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이날 재경원 법무부 등 5개부처 장관의 합동담화문을 통해 노동계에 파업자제를 촉구하고불법파업에 대한 사법처리 방침을 경고한 것도 총파업 열기에 제동을 걸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날치기통과에 대한 국민정서가 부정적인 점을 감안, 섣부른 공권력 투입과 사법처리는 자제하고 있는 인상이다. 만일 파업사업장에서 경찰과 충돌사고가 발생하거나 어설프게 공권력을동원했다가 문제가 불거질 경우 총파업에 미칠 파장은 엄청날 것이기 때문이다. 27일 오후 대구시내 중심가에서 열린 민주노총의 대규모 노동자대회를 경찰이 사실상 방관한 것도 이같은 우려때문으로 볼수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공공부문 파업으로 시민생활에 불편이 생길 때까지 당분간지켜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공권력이 투입될 경우 파업집행부와 단위노조를 가리지 않고 전국적으로 일제히 이뤄질 것"이라 내다봤다.

노동부 관계자들은 또 파업열기가 계속될 경우 휴일인 29일과 신정연휴 사이의 30, 31일 이틀간을 휴무로 정한뒤 5일간의 냉각기를 통해 파업을 무력화시킨다는 복안도 흘리고 있다.그러나 50%%에 가까운 파업참여율을 보이고 있는 일반 조합원들의 높은 열기를 감안하면 새해들어서도 상당기간 파업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노동계의 관측이다. 이 경우 정부·여당이 엄청난 부담을 떠안게 돼 연말 노·정간 정면충돌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金在璥·朴靖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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