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갑을' 기업사냥 "충격"

"대구종금사태 유발…또 동투주식 매집"

지난 9월말 대구종금사태를 일으킨 '전력'을 가진 갑을그룹이 3개월만에 또다시 동양투신 주식매집에 나서 세밑 지역경제계에 충격을 주고있다.

대구종금사태는 지역경제계의 거센 반발로 일단 경영권유출은 유보된 상황이지만 지역경제계가지역자금의 외부유출을 막기위해 설립한 금융기관의 주식을 서울의 태일정밀에 넘겨 지역에서조성한 자금을 자칫 조직적으로 외지에 유출시키는 결과를 초래할뻔했다는 점에서 '기업윤리실종''지역배신'이라는 거센 비난을 받았었다.

특히 갑을은 지역경제계가 지역과 기업의 공동이익을 위해 힘을 모아 설립한 공공성을 띤 금융기관만을 M&A의 주대상으로 삼고있어 연쇄적 M&A의 진정한 의도가 어디있는지 의심스럽다는 것이 지역 경제계의 지적이다.

갑을은 지난 92년 역시 지역경제계가 설립한 조선생명주식을 암암리에 매집, 지배주주자리를 차지한바있다. 이번 동양투신 M&A는 갑을의 세번째 지역 금융기관 M&A에 대한 '기업사냥'이다.경제계는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설립된 금융기관이 특정기업의 사금융이 돼서는 안된다고주장하고있다. 지배주주가 생길 경우 경영진이 눈치를 볼수밖에 없고 따라서 소신경영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또 시민들의 돈을 관리하는 지역금융기관이 지배주주의 '돈줄'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수없다. 이경우 지배주주 기업이 부실해지면 덩달아 부실기업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갑을이 동양투신을 노리는 이유는 지배주주로 경영권을 장악하게되면 계열기업의 회사채 인수,편법 어음할인등 다양한 측면에서 이득을 얻을수있는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대구종금 사태에서보듯 세불리하면 2~3년후 외지기업에 '웃돈'을 받고 경영권전체를 팔아넘길 가능성도 배제할수없다. 즉 '금융기관 매매'장사가 가능한 호재라는것. 지난번 대구종금 주식매각시 갑을은 2백억원가까운 매매차익을 챙긴것으로 알려지고있다.

지역경제계가 특히 우려하는것은 갑을의 기업윤리 부재. 갑을 박창호회장은 이미 서울에 상주하다시피하고있으며 기업의 중추도 이미 타지역으로 빠져나가고 있어 지역기업의 이미지가 퇴색하고있는 갑을이 지역경제계가 천신만고끝에 설립한 지역금융기관을 하나둘씩 먹어치우는데 재미를 느낀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경제논리만을 앞세운채 지역 공동의 발전은 도외시하는 기업이라는데 문제가 있다.

사실 대구종금사태때 챙긴 2백억원 가까운 차익은 엄밀히 말하면 갑을의 몫은 아니다. 전체 주주가 공동으로 가져야할 주가차익을 혼자 독차지한 것으로밖에는 풀이되지 않는다. M&A가 끝나면주식을 계속 보유한 주주는 주가하락으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이번 동양투신사태도 마찬가지다. 현재 동양투신에는 1천주미만을 가진 4만여명의 소액주주들이있다. 이들은 대부분 지역경제 활성화에 작은 밑거름이 되겠다며 적은 돈이나마 창립시부터 동양투신에 투자해온 사람들이다. 또 이들은 동양투신이 상장될 때를 기다리며 인내를 갖고 계속주식을 보유해온 사람들이다.또 동양투신의 경영도 설립 만7년째를 맞아 어느정도 안정기조를 보여 비록 장외거래이긴 하지만 주가가 8천원선에 육박하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그러나 갑을의 이번 M&A기도가 성공적으로 끝나면 주가는 액면가인 5천원보다 훨씬 아래인 3천~4천원선으로 폭락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어쩌면 당분간 매매 자체가 안될지도 모른다. 7년을 기다려온 소액주주들 말할 수 없는 피해를 입게된다.

물론 갑을이 다른 기업에 웃돈을 받고 동양투신을 양도하면 덩달아 주가가 상승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M&A는 모든 주식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경영권지배에 필요한 최소한의 지분만 거래가 되므로 갑을이 확보한 주식만이 웃돈거래의 대상이 될 뿐이다.또 지역 경제인 1천여명으로 구성돼 전체주식의 45%%선을 가지고있는 출자자조합도 엄청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이와함께 전체시민이 주주인 공기업적 성격의 금융기관에서 지역경제를 위해 일한다는 자부심을가지고 있던 동양투신 직원들의 사기를 꺾는 것도 계량할수 없는 무형의 큰 피해에 포함된다.동양투신 최대의 무기였던 지역민의 금융기관이라는 특색이 사라지고 경영권파동에 불안을 느낀시민들이 예금한 신탁재산을 중도해지하거나 집단인출해가는 사태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향후 동양투신사태는 전체주식의 45%%를 보유한 출자자조합의 움짐임이 어떤 형태로 나타나느냐에 따라 M&A 성패가 좌우될 것으로 예측된다. 〈池國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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