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미 튼튼한 공조 보기드문 외교승리

"북사과 받기까지"

이번 북한의 사과성명은 외교부 대변인 명의의 공식적인 것으로 한국의 강릉해안에서 일어난 잠수함 침투 사건을 명시했다는 점에서 그동안 우리측이 요구해왔던 사과수위를 거의 모두 받아들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워싱턴 현지의 외교분석가들은 이번 북한 사과성명 발표를 놓고 '근래 보기드문 한국의외교적 승리'라고 평가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의 '승리'는 미국과 북한의 양자접촉을 통한 '대리외교'에서 미정부와 우리 정부 사이의 튼튼한 공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미국은 마크 민론 국무부 한국과장을 수석대표로 내세워 지난 9일부터 27일까지 뉴욕에서 모두10차례의 접촉을 가지며 대북협상을 계속했다. 북측대표 이형철 외교부 미주과장은 북한외교 특유의 '벼랑끝 전술'을 구사하며 협상을 막판으로 몰고 가기도 했다.

협상이 위기에 몰리거나 북측이 태도변화를 보이는 경우 미측은 접촉을 중단하고 우리정부와 입장조율을 거쳤다. 이 조율 과정은 미국무부 한국과와 주미한국대사관 정무과, 그리고 유종하외무부장관과 제임스 레이니 주한미대사 라인에서 주로 이뤄졌다.

이로써 유해송환협상, 미사일협상, 대북식량원조 등 미국과 북한 양자간 관계개선 과정에서 수시로 불거져 나왔던 '한미공조 이상 징후'는 일단 말끔히 사라졌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이번 협상 과정에서 우리측은 '책임있는 당국자 수준'에서 '잠수함 사건을 명시할 것'을 집요하게요구했으며, 당초 실무접촉이 개시됐을 때에 비해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사과수위'를 관철시켜 근래 보기드문 외교적 승리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게 됐다.

미국의 중재 아래 남북관계에 가장 큰 장애물이 됐던 잠수함 사건은 마무리됐다. 이제 남북관계는 '4자회담 라운드'로 넘어가게 됐다. 남북한 관계가 대립에서 화해무드로 넘어가는 전환점을 맞은 것.

북한이 이번 실무접촉에서 사과성명 발표와 함께 4자회담 개최를 위한 설명회 참석 의사를 표명함에 따라 4자회담은 자연 남북관계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측은 우리정부와의 조율을 거쳐 연말안에 설명회 개최 날짜와 장소, 그리고 참석대표 수준을 확정 발표할 계획인 것으로알려지고 있다. 〈워싱턴·孔薰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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