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축년(丁丑年) 새해는 우리가 그렇게도 소망하던 선진국 대열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본격적첫발을 내딛는 희망의 한해다.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가입만으로 선진국이 되었다고할 순 없으나 경제선진국들이 우리의 실력을 인정하고 우리 또한 그들과 세계경제를 같이 논의하는 자리에 앉았다는 것만도 대견한 것이다. 더욱이 올해는 일제(日帝)로부터 나라를 빼앗긴뒤 다시 나라를 되찾아 건국(建國)한지 50년, 세월의 역정이 헛되지 않았음을 자부하게 된다. 그러나우리앞에 놓인 길은 그렇게 순탄하지만은 않다. 건국 50년의 공든 탑이 허물어질지도 모른다는위기감이 휘감고 있는 것이다. 선진국 문턱에서 세계의 중심국가가 되려는 근세사의 한맺힌 민족과 국가의 희망이 꽃필 것인지, 시들 것인지 기로에 놓인 것이다. 우리 모두가 정신을 차리고 슬기를 모아 이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지 않으면 1백년전 구한말(舊韓末)의 위기관리실패와 버금가는 아픔을 겪을 수도 있다.
2.
병자년(丙子年)에서 정축년(丁丑年)을 넘는 고갯길에 우리는 벌써 그같은 아픔의 일부를 몸으로느끼고 몸부림치고 있다. 지난 연말의 노동관계법과 안기부법 개정안 처리를 둘러싼 정치적 갈등과 노조의 파업도 우리사회전체의 그러한 아픔의 하나라 할 수 있다. 이 두가지 법의 개정도 누구에게 유불리(有不利)를 따지기전에 지구의 마지막 분단국인 조건에 WTO체제와 OECD가입에따라 우리가 숙명적으로 대결해서 풀어야할 화두(話頭)라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체질과 정신은 그같은 통일과 선진국진입을 위한 화두를 풀기엔 지금 너무 약체(弱體)와 혼미(昏迷)속에 빠져있다. 이른바 고비용·저효율구조로 요약되는 경쟁력약화가 그것이다. 단순히 경제적·물리적 경쟁력약화만이 아니다. 우리의 정신적·문화적 경쟁력이 퇴화된데 더큰 문제가 있다.
세계무역10위권에 들었을때의 감격은 잠시뿐 어느듯 외채 1천억달러, 경상수지 적자 2백20억달러,7년만의 최고실업(失業) 사태, 주가7백선붕괴, 중소기업의 끝없는 도산행열은 허약해진 우리의 모습이다. 그런데도 우리의 삶은 어떤가. 고급위스키, 고급모피, 고급외제차, 고급 골프채, 호화해외여행등 호화사치에 외화를 물쓰듯하고 음식쓰레기로 9조원의 돈을 버리면서 이를 처리하기 위해또 돈을 쏟아붓는다. 이것은 남에게 나라를 빼앗겼을 때, 전쟁터에서 모든것을 잃었을 때, 보릿고개를 넘으며 주린 배를 움켜잡았을 때를 벌써 잊어가는 증거이다. 그것은 정신의 병이 짙어지고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하부의 경제를 이끌어가는 상부의 문화가 건강성을 잃고 있는 것이다. 또경제·사회·문화의 방향을 제시해야할 정치가 고장난 것을 의미한다.
3.
문민정부 4년의 정치가 나름대로 평가되는 부분도 있겠지만 많은 경우에서 국민의 뜻과는 동떨어진 행태를 보이는 것이 정치고장의 모습이다. 국민이 경제침체로 고통받고 국민이 국정운영방향에 대한 신뢰를 가지지 못할때 정치는 엉뚱하게 국민의 뜻과 괴리된 대권(大權)문제에 집착하기가 일쑤였다. 국민의 가렵고 불편한 곳을 외면하는 정치는 정치야욕만 챙기는 권력지상주의에 불과하다.
대구·경북은 특히 이같은 정치의 피해지역이라 할 수 있다. 대구권 경제회생의 핵심사안이라 할수 있는 위천(渭川) 국가산업단지 문제가 지역이기주의에 편승한 정치권의 무정견·무원칙에 따라 표류하고 있는 것이 그 대표적 사례라 하겠다. 그리고 대구권의 심각한 중소기업도산, 섬유산업일변도의 산업구조 개선등이 이렇다할 대책없이 방치되고 있는 것도 정치부재를 보여주는 사례다.
4.
이같은 국내의 정치·경제·문화·교육등 내정(內政)위기는 WTO체제나 OECD와의 대응에 문제가 되는 것만도 아니다. 국제정치상 남북분단과 동북아(東北亞)정세에 대한 대응 또한 매우 긴박하고 어렵게 한다. 비록 남북관계에서 남한의 우위가 두드러지게 드러났고 잠수함침투사건으로북한이 공개사과를 했지만 미·일(美·日) 신안보조약에 대항하는 중·러의 '전략적 협력'은 그사이에 대치하는 한반도 입장을 미묘하고 난처하게할 수 있는 국면이다. 그럴뿐아니라 우리의 안보대비 또한 그렇게 철저하고 우수한 편도 아니다.
이제 모든 체제와 관행을 선진국수준으로 끌어올려야할 강박상황속에 경제·정치·문화·외교·안보가 총체적 위기와 도전속에 놓여있다. 그러나 어떻게 해서라도 우리는 세계적 무한경쟁에서살아남아야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올해 실시되는 대통령선거가 특정인이나 특정지역 중심의 패권경쟁으로 시종되는 것을 국민 모두가 막아야할 것이다. 경제와 민생을 위한 정책경쟁에서 우수한인물을 뽑고 21세기의 민족과 국가장래를 희망적으로 개척할 수 있는 정치인을 선출해야할 것이다. 노사갈등, 지역이기, 집단이기를 화합과 능률, 공익으로 이끌수 있는 슬기를 우리 모두가 가꾸어야할 것이다. 그러기위해 연초부터 불붙고 있는 노사·노정·여야·지역갈등부터 먼저 진정시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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