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축년 소띠해 띠풀이

새해는 경제불황과 대통령선거의 뜨거운 열기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여유와 평화의 한 해가 될것으로 기대해봄직하다.

십간(十干)의 네번째, 십이지(十二支)의 두번째에 해당하는 정축년(丁丑年)은 순박, 성실, 여유를특징으로한 '소'의 해이기 때문.

소는 머슴이나 하인과 다름없는 '생구(生口)'로서 2천년전부터 우리 민족과 함께 생활해온 것으로추정된다.

기원전 1~2세기의 유적으로 추정되는 김해의 조개무지에서 소의 치아가 출토됐고 삼국유사 '유리왕'조에는 3~4세기에쟁기등의 농기구를 제작하고 수레를 만들어 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삼국사기에는 지증왕 3년(502)에 처음 우경(牛耕)을 시작한 것으로 기록돼 있으나 409년에 만든 '평남 덕흥리고분의 견우직녀도'도 4세기말~6세기초의 '길림성 무용총벽화'등은 신라에서도 지증왕 이전에 이미 우경이 시작됐음을 시사하고 있다.

오랫동안 사람과 함께 살아온 탓인지 소는 우직, 순박, 근면하고 여유로운 성격을 갖고 있어 선조들의 각별한 사랑을 받아왔다.

'드문드문 걸어도 황소걸음'은 소의 근면함을 들어 성실성의 중요함을 일깨워주는 속담이며 또 '소에게 한 말은 안나도 아내에게 한 말은 난다'는 말로 이 동물의 신중함을 드러내주고 있다.게다가 소는 긴장감이나 성급함을 찾아볼 수 있는 유유자적의 여유와 평화를 지지고 있어 김제(1524-1593)의 그림 '와우'에서는 한가로이 꼬리를 늘어뜨리고 엎드려 있는등 선비들의 시문, 그림, 고사등에 자주 등장한다.

관동, 관북지방에 '나경'이라는 습속이 있는데, 정월 대보름날 성기가 큰 숫총각이 실오라기 하나걸치지 않은 벌거숭이 상태로 목우나 토우를 몰고 밭을 가며 풍년을 비는 민속이다.'팔월의 소놀이'라는 장정 두 사람이 멍석안에 들어가 소모양을 만든뒤 마을 부잣집을 찾아가 '소가 배고파 왔으니 여물을 주시오'라고 외쳐 음식대접을 받는 풍속으로, 소에 대한 농민들의 깊은 관심을 반영한다.

선조들의 소를 소중히 여겼음을 알 수 있는 전설등 민족문학도 적지 않다.

경북 선산군 산동면 인덕리의 의우총(義牛塚)전설은, 산밭에서 호랑이를 만난 마을 사람 김기년이암소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졌으나 호랑이에 당한 상처로 인해 시름시름 앓다가 주인이 숨지자 암소 역시 사흘간 식음을 전폐한 끝에 따라 죽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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