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역금융가 M&A 무방비

"눈뜨고 당하는 '기업사냥' "

지역금융가에 M&A회오리가 몰아치고있다. 특히 지역경제계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설립한공기업성격의 금융기관이 잇따라 특정기업의 '기업사냥'촉수에 휘말려 사금융화되거나 경영권이외지업체에 넘어가 충격을 더해주고있다. '흔들리는 지역금융' 무엇이 문제인지 점검해본다.오는 3월부터 증권거래법 제200조가 폐지된다. 대주주를 제외한 일반인의 상장기업 지분소유한도를 10%%로 제한한 규정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국내 경제계에도 본격 M&A시대가 열리게 된다. 지역 금융가도 예외는 아니다.

금융기관은 자본개방시대 M&A의 주요대상으로 급부상되고 있으나 지역 금융계는 아직 M&A를특정기업에만 국한되는 사항으로 간과하고 있다.

M&A에는 순기능과 역기능의 양측면이 있다. 순기능은 시장이 성숙된 상황에서 새로운 기업을세우기보다는 기존 업체를 인수, 합병해 운영하는 것이 위험부담을 덜고 각종 비용절감에 상당한효과가 있다는 점이다. 비용의 효율성과 함께 시간을 벌수 있다는 경제논리다.역기능은 비도덕성과 함께 자칫 기업탈취세력이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암암리에주식을 매집, 높은 가격에 되팔거나 대주주를 협박, 비싼 가격에 매입을 요구하는 경우가 나타날수 있다. 지역 금융가에서 가시화되는 양상이다.

그러나 최근 지역금융계의 M&A에는 M&A측면에서 접근할수있는 기업과 그렇게 해서는 안될기업이 있는데도 구분이 전혀 안된다는데 심각성이 있다. 또 M&A의 움직임을 충분히 감지하고서도 저지를 못한다는데 문제가 있다.

지역금융가의 적대적 M&A는 세차례. 모두 갑을그룹(회장 박창호)에 의해 이뤄졌다. 93년 조선생명 경영권 장악과 지난해 9월의 대구종금 주식 매각, 그리고 12월말의 동양투신 '우리사주'전격매입등이 그것이다. OECD가입과 함께 앞으로 자본시장 자율화가 본격 추진되면 대구, 대동등 은행권도 M&A안전지대는 아니다. 지역 제2금융권은 더욱 취약하다.

문제는 이제 M&A에 재미를 들인 기업의 윤리만 나무라고 있을때는 아니라는것이다. 조선생명,대구종금, 동양투신사태는 설마하는 사이에 눈뻔히 뜨고 당하고 말았다. 경영진의 안이한 판단과비효율적인 사태수습노력이 화를 자초했다는 분석이다. 또 경영진의 내분도 M&A세력을 불러들이는 계기가 되고있다.

지역금융기관에는 M&A전담부서가 없다. 또 M&A기도가 잇따르고있으나 역내에 전문상담기관하나 없는것도 취약점으로 지적되고있다. 외지 M&A전문기관의 기습에 뒤통수를 맞는 경우가 늘어날수밖에 없다.

M&A에대한 정보력부재도 취약점으로 지적된다. 실제 지역 최대 금융기관인 대구은행의 경우 지난95년 고려증권이 극비리에 지분을 늘린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초비상이 걸린적이 있다. 대동은행은 현재 통폐합 대상으로 거론되고있어 아직은 M&A대상에서 한걸음 먼것처럼 보이나 언제 기업사냥꾼이 닥칠지 알수없는 상황이다.

금융전문가들은 "주식의 물량이 적고 분산돼있는 기업은 언제든지 M&A 대상이 될수있다"며 "스스로 대비책을 마련해가는것이 긴요하다"고 말했다. 〈池國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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