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해 첫 쇠전 열린 영천우시장

2일 새벽 6시 영천 쇠전. 경부고속도로 영천 IC 부근에 있는 이 곳에는 밤새 전국에서 실려온 소들이 뜨거운 김을 내뿜으며 찬 새벽공기를 녹이고 있었다. 이날 나온 거래량은 4백여 마리. 전국에서 손꼽히는 쇠전다운 규모다. 소들의 울음소리 또한 정축년 새 아침인 탓인지 더욱 힘찬 듯했다. 그런 소무리속으로 2백여명의 소장수 농민 경매보조인들이 흥정을 준비하면서 쇠전은 차츰소란스러워졌다.

오전 7시쯤, 마침내 쇠전은 시끄러운 흥정으로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지난 연말 부터 곤두박질한 소값으로 쇠전의 분위기는 그리 밝아 보이지 않았다. 이날 대충 나온 가격은 kg당 최고5천5백원에서 최저 4천8백원선. 2백20kg 기준으로 지난해 봄의 1백80만원 보다 50만~60만원이 떨어졌다. 송아지 시세는 60만~70만원선을 맴돌았다. 곳곳에서 '차라리 잡아 먹고 치우겠다'는 울분섞인 고함이 터져나왔다.

그런 분위기에서도 소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소문이 소를 끌고 나온 농민들의 마음을 더 어둡게 했다. "최근의 산지 소값 하락은 외국쇠고기 전면 개방이 앞당겨질 것이라는 풍문 때문이다"흔들리고 있는 농민들. "설 밑에 수요가 늘 것이니 무턱댄 출하를 자제하는 게 좋다" 설득하는 축협직원들.

농민들은 지금 사육두수가 늘고 경기불황으로 소고기 소비가 줄어든 것도 걱정이지만 한국 시장을 겨냥한 '미국산 한우'의 수입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광활한 목장에서 한우정자로 번식한 '미국산 한우'가 수입개방의 물결을 타고 낮은 가격에 밀려들 경우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는 걱정이다. 물론 우리 축산농가들도 전혀 대비를 않는 것은 아니다. 19년 째 순수한우혈통 보존에 힘을 쏟고 있는 의성 금성한우개량단지의 경우 현재 5백54농가에서 2천8백여마리의한우를 사육하며 수입 소고기에 맞서고 있다.

이제 쇠전은 꼭 소값 때문이 아니라도 예전에 비해 많이 쇠락했다. "재미가 없습니다. 예전에는대충 눈으로 무게를 가늠해 가격을 매기면 소장수나 농민 모두 그대로 믿고 거래를 텄습니다. 그리고 국밥집과 선술집이 흥청거리고 해장술에 불콰한 소몰이꾼들의 흥이 장을 뒤덮었지요" 경매보조인 경력 30년의 김태규씨(63)는 고개를 저었다. 이제는 전자 저울이 등장하고 화물자동차, 종이컵 커피, 즉석 라면 등이 새로운 쇠전 풍경으로 자리를 차지했다.

오전 9시, 쇠전을 떠나기 위해 시동을 거는 화물차들로 영천 우시장은 벌써 시들해지기 시작했다.어느새 정축년 새해 아침의 햇살이 쇠전 곳곳을 비추고 있었다. 〈金相祚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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