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마음으로 시들을 읽었다. 꽤 많은 작품들이 상당한 수준에 육박해 있었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에서 우리의 마지막 관심에 머물렀던 분은 김현옥, 천병석, 전승 세 사람이었다. 이들은 각기여러편의 작품들을 응모했으며, 그것들은 거의 모두 비슷비슷한 높이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나확실하게 구별되는 중요한 한가지 사항이 있는데, 그것은 세 사람이 서로 다른 개성적 세계를 분명하게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따라서 당선의 결정은 우열에 대한 평가의 문제라기보다 차라리 선택의 문제였다고 할 수 있다. 예컨대 전승씨의 '봄은 어머니 마디 굵은 손끝으로 온다'는,어머니와 봄, 그것도 농촌 마을과 전통가옥을 중심으로한 풍경을 면밀한 관찰을 통해 내면의 풍경으로 바꾸고 있는 아름다운 작품이다. 정통적 정서에 기반을 둔 서정의 세계다.다른 한편 '소크라테스의 전향'(천병석)과 같은 작품은 이른바 교통지옥이라고 불리는 오늘의 도시문명, 출퇴근시의 혼잡과 같은 일상에 정면으로 머리를 들이댄, 도전성이 매우 강한 작품이다.이 분은 공해문제등 현대사회의 치부와 그 문제점에 발빠른 의식의 회전을 보여주면서 자신만의독특한 시의 어법을 개발하고 있는데, 보다 침착한 성찰을 해나간다면 큰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당선작으로 결정된 김현옥씨의 '의자.계단.창문'은 세 편의 작품중 그 완성도가 가장 원만한 경우에 속한다. 물론 사랑과 권태, 그것의 내면화와 자기관찰이라는 메시지가 예리한 비유와 묘사를얻고 있는 데에서 볼 수 있듯이 이분의 시적 수련과 저력은 만만찮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가운데에서도 특히 주목되는 것은, 예민한 감성의 세계를 시의 대상으로 삼으면서도 그것을 단정한 어법 속에 묶어놓는 균형과 절제의 솜씨다. 당선을 축하하며 앞으로의 큰 성공을 기원한다. 아울러 응모한 모든 분들의 새로운 정진을 당부하고 싶다.
黃東奎 〈시인.서울대 교수〉
金柱演 〈문학평론가. 숙명여대교수〉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