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금융개혁委 설치 의미와 과제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연두회견문에서 올해 국정의 첫번째과제로 경제의 체질개선을 꼽으면서금융개혁위원회 설치를 밝혔다.

금융개혁의 필요성은 이미 수년전부터 강조되면서 단계적으로 실행되어 왔으나 그 방법과 속도에서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각종 걸림돌로 인해 금융개혁이 말처럼 그렇게 쉽지않았기 때문이다. 금융개혁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의 순수민간 자문기구로 설치하기로 한 것은 바로 이같은 평가를 그대로 받아들인 것으로앞으로 정부가 김대통령의 임기 마지막해에 금융개혁을과거와는 달리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이번 회견문의 경제분야에 참여했던 관계자들은 금융산업의 효율성 제고를 통한 금융산업의 경쟁력 향상이 산업전체의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기본 인식 아래 그동안 공급자 중심이던 금융산업을 수요자 중심으로 개혁하겠다는 것이 이번 금융개혁위원회 설치를 발표하게된 배경이라고설명했다.

8일 재정경제원에 따르면 금개위는 대기업과 중소기업대표, 금융계 및 학계 인사 등 모두 25~30명으로 빠르면 다음주중에 구성돼 금융산업 전반에 대한 제도개선 방안에 들어간다.금융개혁위원회의 과제는 단기과제와 중·장기과제로 나뉘어 단기과제는 금융기관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개혁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며 중장기과제는 금융기관의 선진화와 업무영역 재조정 등을포함한 금융산업의 개편으로 각각 계획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3월말까지 검토를 완료해 그 결과를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상반기중 관련법규의 개정작업에착수할 예정인 단기과제는 규제완화와 여신전문기관의 업무영역 통합등이 대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이같은 금융기관 내부의 비효율성 제거만으로도 금리를 1~2%%포인트 내릴 수 있을것으로 정부는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장기과제는 연말까지 검토를 완료한다는 목표이며 금융기관의 대형화와 전문화 등을 통한 선진화, 금융산업의 전반적 개편이 검토대상이다.

이석채(李錫采) 경제수석의 아이디어가 크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진 이번 연두회견문의 경제분야내용은 그 기본에서는 한승수(韓昇洙)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의 인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한부총리는 이번 대통령 연두회견 하루전인 6일 범금융기관 신년인사회에서 "정부는 지난해에 은행법과 증권거래법을 개정하고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을 제정함으로써 본격적인 금융개혁 추진을 위한 제도적인 기반을 갖춘바 있다"고 말하고 "새해에는 이러한 제도적 기반위에서금융권간 진입·퇴출을 보다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이끌어 나갈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기때문이다.

재경원의 한 관계자는 이번 금융개혁위원회의 설치는 대통령 임기 마지막해에 금융개혁을 최종마무리한다는 차원에서 제시된 것으로 안다고 말하고 따라서 그동안 진행돼온 개혁의 방향을 유지하되 전문가들이 모여 그 속도와 폭에 대해 논의를한다는데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금융산업의 선진화와 같은 과제를 중장기과제로 잡아 연말까지 검토하겠다는것은 이번 정부의 임기내에 개혁을 실천하기보다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혁의 실천은 차기정권으로 넘기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면서 위원회의 설치가 자칫 임기 마지막해의 정치적 구호로그치지 않기를 바란다고 논평했다.

그러나 금융개혁위원회를 통한 청와대의 금융개혁작업이 의도한대로 순조롭게 진행될 것인가에대해서는 의문점도 없지 않다.

우선 주무부처인 재경원과 금융개혁위원회간의 관계설정이다. 즉 재경원이 금융개혁위원회의 논의과정에 참여할 것인지, 참여한다면 어느정도 발언권을 갖고 참여할 것인지가 관건이다.이는 공공성과 기업성이 복합되어 있는 금융산업의 개혁을 민간의 시각과 입장만을 바탕으로 추진하게 될 경우 기업성 일변도로만 흐를 수 있다는 점에서 제기될 수 있는 문제다.적정선의 공공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재경원의 참여가 어느 정도 보장되어야 하지만 그렇다고너무 깊숙이관여할 경우 민간의 입장에서 기업성을 회복하는 쪽으로 금융산업을 근본부터 뜯어고치겠다는 당초의 의도가 퇴색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또 금융개혁위원회의 활동이 구체적인 개선안을 마련하는 선까지 갈 것인지 아니면 제도개선의방향을 제시하는 선에서 그칠 것인지도 중요한 문제다. 금융개혁위원회가 정책방향을 제시하고도집행권한이 없어 결과적으로 정부의 들러리 역할에 그친 노사제도개혁위원회의 재판이 될 수도있기 때문이다.

〈鄭敬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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