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간데스크-남·북한 '상생'의 관계로

"최종성 〈국제부장〉"

북한이 간첩선침투에 대한 사과와 함께 그와 같은 사건의 재발방지를 약속했다는 뉴스를 듣고 꽉막혔던 가슴이 뚫리는 느낌을 받았다는 사람이 많다.

그것은 자국의 이익이 최우선시 되는 오늘의 국제무대에서 같은 민족이 분단된채 적대시하고 있는 답답함을 벗겨줄 한가닥 해결의 실마리가 되리라는 기대감 때문이 아니었을까. 아마도 이 기대감은 우리 모두가 마음 깊숙이 지니고 있는 배달민족의 통일본능의 발로가 아닌가 싶다.하지만 그것도 한 순간, 남과 북의 정책담당자들은 다시 대결국면으로 돌아서고 있다.

*대화 뒷전인 남북한

북한은 지난번 잠수함사건은 훈련중 고장이었다고 오리발을 내밀며 남한과의 관계개선은 뒷전인채 미국을 대화창구로 실리 챙기기에 바쁘다. 남한은 북한의 사과가 나오자 김대통령의 '뚝심외교의 관철'이라고 자화자찬만 하며 호들갑을 피우다가 식량지원재개 동결북한자산등록추진등 북·미관계가 급진전하자 북·미관계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화를 내고 있다.

한편 한반도 주변국 중·러·일은 미국에 뒤질세라 잠수함침투사건후 중단했던 대북관계를 조·일회담 식량지원 경제협력재개로 서두르며 북한에 추파를 던지고 있다.

이러한 현재의 분위기와 외교정책은 아무래도 잘못된 것이 아닐까. 어느 나라보다 남·북이 주도적으로 대화의 문을 활짝 열고, 통일조국을 설계하며 상부상조해야 할 처지인데도 그렇게 하지않음으로써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에 한반도를 내맡긴 것 같아 안타깝기 때문이다.이같은 남북의 자세는 양쪽 모두에게 궁극적으로 이로울 것이 없을 것이다.

북한은 기아에 의한 빈번한 탈출사태가 보여주듯 이미 붕괴 국면에 들어선 듯하며, 남한도 올해사상처음으로 2백30억달러에 달하는 경상수지적자로 경제위기를 맞고 있다.

*함께사는 지혜 아쉬워

한 경제전문가는 남한의 기업들이 국제경쟁력이 문제가 돼 노동력이나 땅값이 싼 제3국으로 공장이전을 하는 것이라면 제3국보다 북한으로 이전하는 것이 남한도 살고 북한도 살며, 결과적으로민족에도 유리할 텐데 그것이 실현안되는 현실이 가슴아프다고 했다.

이 아픈 가슴을 달래는 길은 남북이 상극(相剋)이 아닌 상생(相生)의 관계로 의식의 대전환을 하는 길밖에 없을 듯하다.

우리는 해방후부터 남북으로 갈리고 6·25동족상잔의 전쟁을 겪으면서 반백년동안 너 아니면 나죽기식의 상극의 논리로 살아왔다.

그러나 냉전체제가 붕괴된 지금은 상생의 시대이다.

공산주의 본령이었던 소련도 무너지고 중국도 형식만 사회주의 체제일 뿐인데도 왜 우리만 과거의 이데올로기에 매달려 상극의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 한반도의 모든 문제는 민족끼리의상극논리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50년 반목 청산할 때

상생의 논리는 우리의 선조들이 강조했던 삶의 철학일 뿐아니라 이해와 양보, 겸양이 어느때보다요구되는 탈냉전시대의 보편적 철학이기도 하다.

르완다와 보스니아사태를 보라. 상생의 진리를 망각하고 상극의 논리에 따라 싸움을 하다가 도시파괴와 대량학살의 결과만 얻었을 뿐이다.

7일 있은 연두기자회견서 김대통령은 올해의 대북관계 국정운영방향을 두 명제가 모순돼 보이는'안보태세확립과 평화통일 구축'으로 제시, 예상대로 전향적인 비전을 내놓지 못했으며, 기자들의질문에 대한 답변에서도 상극의 논리가 지배적인 느낌이 강했다. 올 한해도 민족의 살길인 상생의 논리는 현실을 망각한 감상주의로 배척을 받아야 할 것같아 조금 트였던 가슴이 다시 답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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