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 초대석-장수영 포항공대 총장

'한국의 MIT'로 일컬어지는 포항공대가 지난 86년 국내 최초의 '연구중심 대학'을 표방하며 문을연지 10주년(96년12월3일)을 맞았다.

국내 대학사에도 포항공대처럼 최단시간내 최고 수준의 대학으로 발돋움한 예는 아마 전무후무할것으로 생각된다.

국내 최초의 노벨상 수상을 확신하며 교수·학생들을 이끌고 있는 장수영(張水榮)총장.제일 먼저 "어떻게 과학도가 될 생각을 하게 되었느냐"고 묻자, "고등학교때 화학 선생님때문이죠"라고 말했다.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난다면 음대에 진학, 교향악 단장이 되고 싶습니다"

다른 학생들과 똑같이 장 총장도 고교때 대학의 과 선택을 놓고 고민이 많았다.그가 과학자의 길을 걷게 된 직접적인 동기는 당시 화학을 가르쳤던 전순경선생의 충고가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화학담당 전순경 선생님은 제게 전기·화공·기계과중 하나를 택하라고 했어요. 그래서 저는 서울대 공대 전기공학과에 입학하게 되었어요"

고교 2학년때까지만해도 법·상대, 건축과, 의대를 놓고 고민을 많이 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과학자가 된걸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

과학도 학문분야로서 음악과 다를뿐이지 인간 잠재력 발휘라는 넓은 의미에서는 예술과 닮은 점이 많다고 한다.

그가 포항공대와 연분을 맺게된것은 고 김호길 포항공대 초대총장과의 인연때문이다."솔직히 내가 포항공대를 선택했다기보다 김총장으로부터 징발당한 셈이었죠"그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공군장교로 군복무를 마친후 미국 메릴랜드 대학교에 유학, 거기서 자동제어, 안테나 및 전파공학을전공,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석사과정때인 66년 김총장이 메릴랜드 대학 같은과 조교수로 부임했다. 그때부터 둘은 스승과 제자로서 뿐만아니라 같은 서울대와 공군장교 출신이란점 때문에 더욱 가깝게 되었다.

그후 김총장은 83년 한국에 나와 연암공전 학장을 맡았다."85년 7월초에 우연히 한국에 나오니까다음날인가 김총장이 나를 불러 놓고'지금 우리나라 대학이 엉망이다. 뜻을 합쳐 올바른 대학을만들어보자'고 제의해 즉석에서'좋다'고 했어요"그 날이 7월4일이었는데 마침 문교부에서 포항공대 가인가가 나던 날이었다.

김총장은 이미 박태준 전포철 회장의 부탁으로 포항공대를 같이 만들기로 약속해놓고 그를 만난것이었다.

그러나 김총장은 아깝게도 94년 4월 교직원 체육대회중 사고로 유명을 달리했고, 그의 제자였던장총장이 2대총장으로 그의 뒤를 이어 받았다.

"포항공대가 단시간내에 이같은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던것은 3박자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첫째, 박태준설립자를 비롯한 포철의 지원이 절대적이었고, 둘째 고 김호길총장의 교육철학과 지도력, 셋째 미국등지에서 좋은 직장을 버리고 박태준회장이나 김호길 총장의 뜻에따라 이곳까지와 준 교수들 덕분이라는것.

장총장은 현 시점에서 포항공대에 대한 나름대로의 평가에 대해 "타 대학과 비교해 포항공대의현 수준은 당초 기대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포항공대생들의 수준을 흔히 '입학성적은 서울대보다 약간 못하지만 졸업시는 서울대생들이 감히따라오지 못한다'고 말한다.

지난해인가 한국통신에서 석사출신 신입사원을 뽑았는데, 별도의 시험없이 석사논문으로 선발했다.

합격자 상위 10%%까지의 상당수가 포항공대 출신이었다.

그러나 장총장은 "일부 학생들이 학업을 따라오지 못하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이것은 포항공대가 공부를 많이 시키는탓도 있지만 고3때 사지선다형으로 고생한 학생들이 대학을 노는 곳으로생각하는 데서 오는 정신적 아노미 현상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현 대학입시제도의 문제점과 한국교육의 고쳐야할 점에 대해 물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대학입시에 관한 한 교육부가 완전히 손을 떼고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합니다"현 대학입시제도로서는 21세기를 앞두고 선진국 대접을 못 받는다는 얘기다.

그의 설명은 이렇다. 한국학생들의 지능은 미국이나 선진국 학생보다 뛰어나다고 한다. 그러나 대학생만 되면 떨어지기 시작한다. 왜냐하면 중·고 학업은 4지 선다형의 입시 틀에 맞춰 모든 지적능력을 집중해야하기때문이다.

각 대학이 열심히 해서 좋은 평가를 받아도 소용이 없다. 사설 입시학원들이 입시성적으로 대학을 평가해버리니까, 각 대학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않고 수능성적우수자 끌어들이기에만 혈안이 되고 있다는것.

미국의 경우는 대부분이 국가가 주관하는 입시를 치르지않고 대학 자체 방법을 통해 신입생을 뽑는다. 고교성적만으로 보는 곳도 많다.

우리와 같은 수능시험은 E.T.S(Education Test System)라는 사설기관에서 치르는데 대학들이 이를 참고할 따름이지 우리나라처럼 절대적인 비중을 두지는 않는다.

"우리 대학생들의 학력이 떨어지고, 50년동안 노벨상을 못받는것이 다 이같은 이유때문입니다""고교생 대상 수학·과학 올림피아드대회 입상자의 대부분이 과학고출신인데이는 과학고가 일반고에비해 틀에 박힌 공부를 덜 하기때문"이라고 한다.

이와함께 우리나라 젊은이들 국가관과 애국심이 부족하다고 우려했다.

"우리세대는 2차대전이나 6·25를 직접 겪어 나라의 소중함을 알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책으로만배웠기때문에 우리세대들보다 국가관이나 애국심이 부족한것같아요"

"많은 민족이 살고 있는 미국의 경우만봐도 유치원때부터 학기 시작전에 반드시 국가에 대한 맹세를 하죠, 애국심 하나만은 철저하게 가르치는데 반해 분단국가인 우리의 경우 오히려 소홀한편입니다"

포항공대는 개교때는 '국내 최초의 연구 중심대학'이 모토였지만 88년부터는 '과학과 국가와 미래를 생각하는 대학'으로 바꿨다고 한다.

교육의 발전도 과학의 발전도 모두 국가라는 테두리안에서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포항공대도21세기를 대비, 10년을 내다보는 '장기발전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2005년까지 학부 신입생은 현재대로 3백명모집 골격을 그대로 유지하되 대학원생은 지금보다 4백명정도 늘어난 1천6백명정도 늘린다는 것.

이에따라 교수수도 현 2백10명에서 2백80명정도로 늘려 학생 대 교수 비율을 국내 대학중 최고수준을 유지한다는것.이와함께 현재 신축중이거나 곧 착공예정인 화학·생명과학동, 전자기술연구소, 환경공학동외에도 2005년까지는 도서관과 전산소기능을 합친 학술정보센터, 교수회관, 재료·기계공학동등을 건립할 예정이다.

최근 포항시가 포항공대에 의뢰한 포항테크노파크 구상에 대해 장총장은 "포항테크노파크 구상은포항공대가 수년전부터 했던것으로 여러가지 상황으로 제대로 추진이 되지 못했는데, 최근 포항시가 적극 추진하고 있는만큼 우리가 두뇌(기술)를 제공하게 될것"이라고 말했다.포항시가 발전하기 위해서 선결과제 3가지를 들라면 무엇이 되느냐고 물었다.

첫째 용수확보이고 둘째가 경부 고속전철 경주 역사에서 포항까지 경전철 건설이며 셋째가 신항만을 매립한 공항건설이라고 말했다.

장총장에게 끝으로 포항공대 설립자이자 박태준회장에 대한 평가를 부탁하자, 예민한 사항인듯 "박 전회장은 그분나름대로의 훌륭한 업적을 남겼고, 현김만제회장도 포항공대를 위해 큰 도움을주고 있다"고 짤막하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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