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요포커스-대구의 문화 마인드

대구의 문화마인드는 몇점이나 될까.

과거 대구.경북사람들은 문화적 역량과 높은 교육수준에서 영남인의 자존심을 찾았고 긍지로 삼았다. 멀리는 천년을 이어온 신라와 가야의 얼이 뿌리깊이 박혀있고, 조선시대 사림파들은 선비정신으로 사대부 정치를 견제하고 영남학맥의 경지를 개척했으며, 근세사에서는 전쟁을 피해 이곳으로 몰려든 전국의 문인과 지식인들이 문화향기를 더해주어 '대구=문화도시'라는 자부심을 키워왔다.

그러나 최근 전국 3대 도시로 꼽히던 대구의 경제적 위상이 급격히 추락하고있고, '여러명의 대통령을 배출했다'는 정치적 착시현상 때문에 삶의 질을 향상시킬수 있는 문화적 투자를 끌어오지못함으로써 대구의 문화마인드는 성숙되지 못하고 있다.

대구시민들은 "광주가 비엔날레를 통해 국제적인 문화도시, 예향도시로서의 역량을 과시하고, 부산이 제1회 국제영화제를 통해 항구도시의 꺼칠꺼칠한 감을 씻어내고 문화도시의 이미지를 높인데 반해 우리는 뭐하고 있었는지 위기감마저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며 현재의 문화의식은 다소낙후돼있지만 충분히 일어설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고 털어놓는다.

"전도시가 고유한 문화력을 바탕으로 문화경쟁력의 우위다툼을 벌이고 있는데 대구만 유독 그렇지 못한 것은 우리 삶과 의식의 총체인 '문화'에 대한 전략이 없었기 때문이 아니냐"는 대구시민들은 유명콘서트가 대구를 비켜가고, 국보전시회가 열려도 박물관을 찾는 이가 드문 현상은 대구의 문화의식이 그만큼 낮다는 것이다.

"대구사람들의 지적 수준에 비해 문화참여도는 매우 낮다"는 정길묵씨(삼성금융플라자문화센터)는아무리 뛰어난 문화라도 공유하지 않으면 진정한 뿌리를 내리기 어려운게 아니냐고 들려준다."문화는 함께 나누지 않으면 사장되고 만다"는 정씨는 "경제, 경기와 밀접한 관계를 지닌 문화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시민들의 문화 잠재력을 현장으로 끌어낼수 있는 방법이 연구돼야 한다고 밝힌다.

대구문화예술회관 미술전람회의 1일 평균 관람객은 1천3백명선. 문화예술회관에는 13개의 전시실이 있으니 이들이 모든 전시회를 다 봤을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봉산동 문화의 거리에 있는 모 화랑의 전시회(열흘 기준)에는 보통 많으면 1천명, 적으면 2백~3백명이 관람한다. 이를 하루평균으로 환산하면 1백명 내지 20~30명이 전시장을 찾는다는 결론이다.보통 한번 전시에 5백만원 내지 1천만원(팸플릿.액자.대관료 포함)의 경비가 들어가는 것에 비해너무 소수의 시민만이 관심을 보일 뿐이다.

국립대구박물관이 백제의 뛰어난 예술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국보 용봉봉래산향로전을 가졌을 때도 동원 관람객이 아닌 순수 성인 관람객의 숫자는 매우 적었다. 대구시향 정기회원의 경우 고작2백80명선이다. 이는 음악계의 저변인구확보가 쉽지않음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광주의 경우 택시를 타고 유명화가의 집으로 가자면 그대로 통할 정도"라는 심재완박사(영남대명예교수)는 풍부한 잠재력에 비해 문화에 대한 애정표현이나 정열이 부족한 보수성을 문화의식으로 연결시킬때 대구의 문화적 경쟁력은 높아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경기가 하락세인데다, 예우받기를 좋아하는 풍조가 열린 문화의식의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손동환씨(동원화랑 대표)는 각 구별로 시민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미술관 예술관을 충분히 확보하고생색내기용이 아닌 실질적인 문화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힌다.

손씨는 토지.노동.자본.경영에 이어 제5의 생산요소로 손꼽히는 문화, 문화시대를 제대로 맞이하기위해서는 대구시민의 문화마인드를 끌어올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얼마전에 열린 대동은행 창립2주년 기념음악회에 참석했던 한 시민은 "관중들이 지휘자 금난새씨의 섬세하고 부드러운 무대매너로 공연시간 내내 매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며 대구시민의 문화의식을 한단계 더 끌어올릴 수 있는 문화기획력과 홍보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崔美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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