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터뷰-이고르 추바이스 박사

"공산당 재집권 가능성 없다"

80년대말부터 90년대초까지 구(舊)소련 민주화 운동을 주도했던 이고르 추바이스 박사(49)는 공산체제가 무너진 후 혼란을 겪고있는 러시아는 사회주의도 '천민 자본주의'도 아닌 '제3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역설하는 소장 논객(論客)이다. 인터뷰 장소인 모스크바언론인회관에 들어서자마자추바이스 박사는 한국의 친북파 학생들의 최근 동향에 관심을 보였다. 그는 사회주의의 모순과몰역사성이 명백해진 오늘날에도 젊은이들이 미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는 소감을 피력했다. 자연히 대화는 공산체제에 대항해서 치열한 투쟁을 벌였던 구 소련 민주화운동에 관한 질문으로 시작되었다.

-70년간의 공산체제를 결국 종식시켰던 당시 소련 민주화 운동에 대해서 소개하면? 소련 붕괴후당시의 민주화 운동 세력이 현재의 러시아 집권층이 되어 있는데.

▲사하로프 박사 등을 정신적 지주로 삼아, 옐친 대통령을 정점으로 예고르 가이다르 전총리, 포포프 전모스크바 시장등 지식인들이 중심이 되었다. 나도 동생(아나톨리 추바이스 현 대통령 비서실장)등과 시민연합을 결성하고 직접 대중집회를 주도했다. 공산체제를 붕괴시킨 후 많은 동지들이 정치에 직접 참여했다. 그러나 정작 민주화가 되자 개혁의 속도나 방법을 놓고 이견이 많아상당수는 야당에 몸담고 있기도 하다. 나는 경제부총리로 입각한 동생과는 달리 대학에 남아서새로운 러시아 사회를 준비하기 위한 대안적 이념을 모색하고 전파하는 데에 전념하고 있다.-친동생인 아나톨리 추바이스 대통령 비서실장은 현재 러시아의 최고 실력자로 꼽히고 있다. 박사가 보는 현 러시아 정국과 옐친 이후의 후계구도는.

▲러시아의 권력은 단순화하기는 어려운 속성이 있다. 아나톨리가 정말 2인자인지 또 앞으로 대통령직에 도전할 것인지 잘 모르겠다. 동생에 대해서는 언급하기 곤란하지만 옐친 이후의 지도자로 레베드 전안보회의 사무총장, 체르노미르딘 총리, 루쉬코프 모스크바 시장, 야블린스키 의원중 한명이 될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에는 역시 동의한다. 공산당의 재집권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그들은 지지층이 한정되어 있다.

-대권주자들에 대한 평을 한다면.

▲개인적으로 야블린스키는 민주화 운동을 같이한 동지이다. 유능한 경제전문가인데다가 나이(45세)를 감안해도 유망하다고 생각한다. 레베드 장군은 먼저 자신의 정치적 노선부터 명확히 밝혀야한다. 과거 소련의 관료 출신인 체르노미르딘이나 루쉬코프는 새로운 세기의 대통령감으로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나는 차기 러시아 지도자는 반드시 민주화 세력에서 나와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있다.

-귀하는 과거의 동지였던 옐친대통령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있는데.

▲개인적으로 옐친에 대한 신뢰는 변함없다. 그러나 정부의 일관성 없는 개혁정책에는 불만이다.진정한 소련 체제의 청산이 아직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개혁의 관건은 여전히 러시아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관료체제를 전면 개편하는 것이다.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의 형식은 갖추어졌지만, 사고(思考)는 여전히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옐친은 집권후 민주화운동 당시의결단력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의 한.러관계와 한반도 통일문제에 대한 견해를 들려달라.

▲나는 베를린에서 태어났고 운좋게도 독일에서 직접 통독과정을 목격할 기회를 가졌다. 한국은통일을 이룬 독일뿐만 아니라 러시아로부터도 배울 것이 많다. 러시아는 공산체제를 청산한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통일이 되면 한국은 공산주의와 봉건주의가 결합된 북한체제의 모순을고스란히 떠맡아 이를 처리해야 한다. 한국민들은 아마도 이것에 대해 단단히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현재 러시아는 두개의 한국을 상대로 난처한 외교 게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통일 후에는 진정한 미래지향적인 한.러관계가 시작될 것이다.

〈모스크바.金起顯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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