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여년간 우리는 개발 이익의 단맛에 넋을 잃다시피 살아온 셈이었다. 대기업은 그들대로개발이란 미명으로 부동산 투기의 '큰손'노릇을 서슴지 않았고 상당한 위치의 공직자들에서부터시중의 갑남을녀에 이르기까지 상당수의 사람들이 부동산 '되넘겨 팔기'에 매달리거나 이를 부러워하며 한탕할 기회를 별러왔다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40~50대 땀으로 빚은 경제
그동안 땅은 우리에게 있어 코리안드림을 이룰수 있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자 신분 상승의 지름길이었다. 그 결과 땅을 배경으로 진출한 신흥의 부유층들이 어느 틈엔가 우리 사회의 상층부를 차지, 지역 사회를 이끌고 여론을 주도하는 역할을 떠맡고 있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고 있는요즘인 것이다. 과거 동네마다 마을마다 자리잡고 있던 '학식 높고 덕망 있는'유지들 대신 '막강한 금력'을 휘두르는 신흥의 땅 부자들이 새로운 지도층으로 자리 매김된 오늘날의 이 세태는 혜택을 입은 자들에겐 당연한 축복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직장이 천직인양 일에만 매달려 땅이 베푸는 마력(魔力)은 아예 외면한 채 살아온 더 많은 이땅의 백성들에게 부동산 신화(神話)는 오히려 충격이자 아픔일 뿐이란 생각도 든다. 특히 50~60년대 논밭 팔아대학을 마치고 취직한 이래 지금까지 얄팍한 월급봉투에 매달려 살아가는 소위 '우골탑(牛骨塔)세대'의 샐러리맨들이 옛날에 학비 마련을 위해 팔아치웠던 그 문전옥답들을 기억한다는 것은 그자체가 고통일 성싶다.
그들의 대부분은 논·밭 팔아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잘살아 보겠다"고 억척스레 뛰었고 이들의노력에 힘입어 우리경제는 일취월장, 오늘의 기틀을 마련했다.
수교도 안된 열사의 사막으로, 동구권으로 세계가 좁다하고 뛰어다닌 피땀어린 노력으로 우리의교역량은 늘어났고 월남전에서 흘린 고귀한 피의 대가로 우리 경제는 도약했던게 사실이었다.*용도폐기당하는 역군들
그러나 그 결과 그들에게 무엇이 돌아갔던가. 그들의 대부분은 아마 기껏 2백만~3백만원 되는 자신의 요즘 월급과 옛날에 공부하느라 팔아버린 문전옥답의 땅값을 가늠하면서 "차라리 이럴바엔대학 진학을 말고 땅이나 고스란히 갖고 있을걸…"이라면서 자조하고 있을것만 같다.그도 아니면 '아는것이 힘'이라며 논밭을 팔아서라도 대학을 갈수밖에 없게끔 몰아친 우리 사회를 비웃는 냉소주의자가 되어 있을것 같기도 하다. 게다가 엎친데 덮친격으로 요즘들어 그들 우골탑 세대들에게 명예퇴직 선풍까지 불어닥치고 보니 이들이 겪는 고뇌와 갈등은 불문가지, 짐작이 갈만도 하다.
요컨대 이제 우리들은 우리 경제를 이만큼이나 키워놓은 그 미덥던 산업역군들에게 아무런 혜택이나 치하 한마디 없이 고비용 저효율의 경제 논리만으로 슬그머니 용도 폐기하고 있는 것이다.물론 경제 논리만으로 따져보면 이들 기성세대에 대한 명퇴는 당연한 것일수도 있다. 아무리 유능 하더라도 이들 기성세대들은 새시대가 요구하는 능력, 다시말해 컴퓨터나 외국어등에 대해 본질적으로 취약하면서도 고액 봉급을 요하기 때문에 경제 위기를 헤쳐나가려면 내보내는것이 맞다.
*재고해야할 명퇴문제
그러나 세상사가 반드시 적자, 흑자의 숫자놀음만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이 경우가꼭 그럴것만 같다.
그것이 설령 자신을 위한것이었다고 해도 결과적으로 국가 경제건설의 일등공신들인 우리의40~50대 기성세대들이 허망하게 퇴장당한다면 이를 지켜본 다음 세대들중에 누가 있어 묵묵히 경제를 건설하고 국가를 지킬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볼 일인 것이다. 이런 연유로 명퇴자들을 위해서라기보다 우리의 앞날을 생각해서라도 명퇴 문제는 재고되어야 한다고 믿어진다."공자의 제자 70인 가운데 학문과 수행이 가장 깊은 안회(顔回)는 굶주려 요절했고 천하의 대도(大盜) 도척은 인명살상을 밥 먹듯 하고 남의 재물 뺏기를 제것처럼 했지만 천수를 다 누렸다. 과연 하늘의 뜻은 어디 있는것일까" 절세의 사가 사마천의 이 처절한 절규는 성실한 사람들이 떠밀리는 우리 시대가 귀담아 들을 구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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