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儒家)의 장엄한 전통의식에 따라 치르는 상례(喪禮) 유월장(踰月葬)이 지난해 12월 31일 별세한 유학자 인암(忍菴) 박효수(朴孝秀)선생의 본가 청도군이서면 신촌리에서 재현되고 있다.유월장은 별세한 선비에 대한 예를 갖추기위해 교통수단이 불편했던 옛날 멀리까지 부음을 전하고 조객들이 참석할 수 있도록 여유를 주기위해 임종한 달의 그믐을 넘겨 치르는 장례.이에따라 인암의 장례는 운명(음력 11월21일)한지 15일만인 음력 섣달 엿샛날인 오는 14일로 결정됐다. 특히 인암은 생전의 높은 학덕을 기려 유림장(儒林葬)으로 치르기로 잠정 결정, 근세이후자취를 감춘 전통 상례의 재현에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유림장의 최종 확정은 전국의 유림대표들이 장례 하루전날 모여 결정되며 이날 장례집행위원장격인 도집례(都執禮)와 호상(護喪) 상례(相禮)등을 뽑게된다.
가창쪽으로 접어들어 황량한 벌판을 지나 눈덮인 팔조령을 힘겹게 넘어서면 그윽한 청도풍경이한눈에 들어온다. 칠곡초등학교를 1백50m가량 지나 나타나는 신촌리표지를 따라 오른편 좁은 길을 달리기를 2km. 이름모를 아름드리 노송이 수줍은 자태를 드러내는 새마을 '신촌리'가 나타난다.
40여가구가 모여사는 신촌리는 여느 한적한 시골풍경 그대로 향수가 배어있다. 토담과 전통한옥이 군데군데 늘어선 비좁은 골목길을 따라 상가(喪家)입구에는 고인을 추모하기 위한 조화(弔花)가 줄을 지어 늘어섰다.
인암선생이 생전에 거처하던 사랑채에 차려진 빈소. 굴건제복한 상주들이 장죽을 짚고 호곡을 연이어 하고 조문객들이 신주가 모셔진 빈소에서 예를 올리며 조의를 표한다. 상을 당한지 9일째인8일현재 상가는 입관절차와 부고발송을 마치고 조문객을 맞고있는 상태.
유월장의 전통의식에 따라 유족들은 운명직후 흩어진 혼을 불러들이는 호복(呼復)을 하고 운명한지 3일만에 시신을 향나무 삶은 물로 깨끗이 씻긴 뒤 소렴(小殮) 대렴(大殮)을 했다. 상주는 초상4일만에 성복(成服), 즉 상복을 입고 비로소 조문객을 맞았다. 장례기간중 상주는 생시처럼 매일아침.저녁으로 술과 안주를 차린 상과 상식(上食)을 올리고 곡소리가 끊이지 않도록 행하는 무시곡(無時哭)을 행한다. 부음역시 선비들이 서간문을 접을 때 쓰는 전통방식인 8폭간지방식으로 접어 발송했다. 이번에 치러지는 유월장은 지난 88년 1월 31일 경남합천에서 치러진 영남유림의 거목 추연(秋淵) 권용현(權龍鉉)선생 장례이후 약 8년 11개월만에 처음으로 재현된다.본격적인 장례는 발인 하루전날인 13일부터 시작된다. 새벽부터 장지인 인근 자양산 고사곡에서산신제와 개토제(開土祭)를 지내고 묘자리를 다듬는 작업을 하게된다. 또 이날 전국에서 모여든유림들이 저마다 갖고온 만장(挽章)과 제문을 읽는 절차를 거친다. 장례일인 14일 아침 발인제가올려지고 장지로 향하는 행렬은 근래 보기드문 진귀한 장관을 연출하게된다. 장례행렬은 사람이들어갈 수 있는 인형모양의 방상시(方相氏)를 앞세우고 2백여명의 문하생들이 두건위에 가는 새끼줄을 꼬아 두른 가마복(加麻服)을 입고 상여의 흰줄을 잡고 뒤따르게 된다. 또 백여개가 넘을것으로 예상되는 만장과 조기, 운삽(발인할 때 영구 앞뒤에 세우고 가는 구름무늬를 그린 부채모양의 물건), 공포(功布:삼베로 만든 것으로 하관할 때 관을 닦는 수건) 꽃상여가 한데 어울려 장엄한 장례를 보여주게 된다. 또 하관시에는 소나무관에 회(조개껍질 가루)를 덮어 봉분한후 제주제(題主祭:신주에 글을 쓰는 행사)를 지낸다.
장례이후에도 유족들은 매일 조석으로 곡을 하고 산소에 성묘를 하며 매월 음력 초하루, 보름날에 제사를 지내게된다. 상주는 죽등으로 소식을 하며 목욕과 머리를 깎지 않고 3년상을 치른다.인암은 우암 송시열 간재 전우 덕천 성기운등으로 이어진 영남 연원학맥의 전승자로 2백여명의문하생을 배출해왔다. 저서로는 21권의 인암문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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