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와대 분위기-"年頭회견 차라리 안했더라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연두기자회견 뒤 청와대 분위기는 사뭇 뒤숭숭하다.

표면적으로는 그 정도면 잘 한 것 아니냐고 자평하면서도 각계여론의 부정적 반응에 대해 당혹해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일반 국민들의 평가가 생각보다 훨씬 나쁜데 대해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면서 이럴바엔 당초 판단대로 회견을 생략하고 국정연설만 하는 게 오히려 나았을 것이라는 얘기도 뒤늦게 터져 나오고 있다.

회견 다음날인 8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비서관들은 직접적으로 회견에 대한 평가는 할 수 없지만2년만에 갖는 기자회견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와 관심이컸던 만큼 미흡한 점이 많았고 구체적 대안 제시와 대국민 호소부분이 부족했다는 데 대체로 공감, 김대통령에게 완곡하게 이를 전달했다.이와 함께 앞으로정무·민정·경제·외교안보등 관련있는 수석실별로 연두기자회견에 대한 여론반응을 세밀히 수집한 뒤 이를 종합해 김대통령에게 보고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작 이에 대해 김대통령은 별다른 언급없이 수석비서관들의 얘기를 경청했을뿐 특별히기분이 나쁜 것 같지는 않았다고 전해 졌다.

특히 청와대 관계자들은 김대통령이 회견도중 서슴없이 언급해 버린 '최근 북한 미그기 3대가 연료부족으로 떨어졌다','미국과 일본 무역의존도가70%%에 이른다', '선진국 어느 나라도 노동쟁의가 없다'는등의 '말 실수'에 몹씨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김대통령이 평소 북한상황을 얘기할 때 자주 쓰는 어휘는 '간단치 않다' '대단히 심각하다'지만수많은 내외신기자들이 자리한 공식회견에서 이처럼 검증되지 않은 수치나 객관성이 결여된 용어를 동원한 언급은 김대통령 특유의 어눌한 발음과는 또다른 문제라는 인식에서다.김광일비서실장은 이와 관련, "각종 채널을 통해 수많은 정보를 듣는 김대통령이 때로는 처음 받은 느낌만으로 언급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미그기추락 발언도 불안정한 북한의 권력체재를 비롯,에너지·식량난과 북한내부의 붕괴현상을 강조하다 보니 착오를 한 것"이라며 이해를 당부했다.이와 함께 김실장은"언론이 미흡하다고 지적하거나 여론에서 부족하다는 반응이 나온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 김대통령이 터놓고 얘기하는 자리를 마련해 다시금 소신과 입장을 소상히 정리하거나 또는 내각에 지시, 관련정책을 수립해 시행토록 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吳起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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