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 가엾은 그 학생은 문패(門牌)가 있는데도 그 집을 찾지 못했다 -딱 한줄. 문맹(文盲) 중학생이라는 제목아래 쓰여진 마해송(馬海松)씨의 수필의 전문(全文)이다. 한자(漢字)폐지에 관한 논란이 시끄럽던 시대라 이 수필은 그에 대한 견해가 군소리 없이 명백하다. ▲문패가 언제부터 이땅에 나타나기 시작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울도 담도 없는 촌락에 울타리가 생기고 주민들이 이사를 다니기 시작한 무렵인 듯하다. 아마 우리나라에서는 우정(郵政)이 실시된 1884년이후일 것이다. 어느곳 몇번지 누구라는 이 표지는 자기가족의 존재를 나타내는 버젓한 자랑이었다.▲그런데 근년에 와서 문패가 하나 둘 사라지고 있다. 거리에 즐비한 상점간판에도 번지표기는찾아볼 수 없다. 뭣을 파는 곳인데 전화번호는 몇번이란 것 뿐이다. 자기를 나타내는걸 꺼리는 익명(匿名)시대의 한단면. 누에가 고치에 숨어들듯 받을 것은 받고 줄것은 없다는 극도의 이기(利己)이다. ▲이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이 우편집배원. 문맹이 아닌데도 문패가 없으니 어느집인지누구인지 찾지못하고 헛걸음을 하는 것이다. 신세대 가장들은 어렵게 집장만을 하고도 문패에는관심이 없고, 고급주택가에서는 범죄이용을 겁내 있는 것도 떼어버린다고 한다. 80년대에 비해30%%정도 줄었다니 엄청나다. 우편물의 빠른 배달을 바라는 마음과는 크게 어긋난다. 문패달기의 근본대책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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