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보존처리 전문가 김병주씨(43.계명대 박물관 학예연구관).
그가 보존처리하는 유물은 금동.철제유물이다. 엿장수도 거들떠 보지 않는 파편일지라도 그의 손에 들어가면 선조들의 체취가 담긴 훌륭한 문화유산으로 탈바꿈한다.
그는 15년 이상 과학과 문화재의 만남을 통해 유물의 고고학적 의미를 밝히고 영구보존을 위한보존처리 작업을 해오고 있다.
유물 하나를 보존처리하기 위해 수만번의 손질과 매케한 화학약품 냄새속에서 수개월동안 싸워야한다. 고령 지산리 갑옷의 경우 4백여파편을 붙이고 화학처리하는데 6개월이나 걸렸을 정도다. 그러나 천년의 시공을 뛰어넘어 장군이나 족장, 이름없는 백성과의 대화를 나눌수 있는 기쁨이 있어 작업실에서 시간 가는줄 모른다.
"보존처리 작업을 할 때는 애기 돌보듯한 정성과 정직성이 있어야 한다"고 자신의 작업철학을 말하는 김씨. 파편 하나가 삐뚤어지면 전체가 망가져 고도의 집중과 평온한 마음가짐이 요구된다는것. 그렇지 않을 경우 불안한 심리상태가 유물에 그대로 반영돼 하루에 1~2 조각도 못맞출때가있는가하면 컨디션이 좋을때는 신들린 듯 수십여편을 맞추기도 한다.
보존작업을 갓 시작한 무렵, 몇 주동안 작업해온 유물에 시약을 잘못 투여해 유물을 망칠뻔한 사실도 있었으나 큰 하자가 나지않자 나중에 보고를 한 일화도 있었다.
김씨가 보존과학에 뛰어든 것은 지난 81년. 고령 지산리고분 발굴현장에서 나온 유물을 보고 문화재 보존처리의 중요성을 인식, 지금은 호암미술관 보존처리실장으로 있는 이오희선생 밑에서본격적으로 보존작업을 배우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보존처리 한 유물은 고령 지산리에서 발굴한 5세기경 가야시대 갑옷을 비롯한 주요 유물만 50여점에 이르고 작은 유물까지 포함하면 수천여점이다. 지금도 전국 각 대학박물관과 일반박물관 등 외부기관에서도 보존처리 의뢰를 해오고 있다.
유물 보존처리는 고고학지식 뿐만아니라 화학 기계작동 등에도 두루 능통해야하는 학제적(學際的)인 작업이다.
유물 보존처리 절차는 10여단계를 거치며 각종 기기가 동원되는 정밀한 과정이다. 먼저 육안이나현미경, X선 촬영 등 재질분석을 위한 예비조사가 이뤄지고 녹제거작업에 들어간다.이어서 금속유물의 부식인자를 화학적으로 뽑아내는 탈염처리와 습기와 대기오염같은 외부부식요인을 없애는 강제 건조처리 작업을 한다. 다음으로 강화처리를 위해 진공함침처리기에 유물을넣고 약품을 투여한뒤 아크릴수지를 발라 자연건조시킨다. 마지막으로 착색 및 마무리작업을 거친다.
김씨는 "화학약품 변용 등에 깊이있는 연구를 해 더 완전한 문화재보존을 이루고 급증하는 발굴문화재에 비해 태부족인 보존처리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보존과학계의 과제"라고 덧붙였다.〈李春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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