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문화도시인가

흔히들 문화예술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 요소중의 하나로 예술인들의 오만과 편견을 지적한다.'내가 아니면 누가 할 수 있어' '그것도 예술이라고 해' '나하고는 비교가 되지 않아'라는 식으로상대를 깔보지만 정작 자기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자가당착에 빠져 있다. 순수한 예술정신으로자기 개성과 색깔을 고집하기보다 근거없는 오만과 편견때문에 진정한 창작활동은 늘 뒷전으로밀려나 있다. 대구예술계도 이같은 그릇된 우월의식이라는 덫에 예외는 아니다. 아니 오히려 심하다. 이는 예술인들 사이에 질시와 반목을 부추기며 결국 파벌로까지 이어져 서로 발목을 잡고 있다.

대구예술계는 창작이라는 예술의 본질적인 측면을 고민하기보다는 자신에 대한 평가에 촉각을 곤두세우거나 마치 자기가 대가인양 남보다 나은 대접을 받는데 더 관심이 많다. 심지어 문화계 내외에 자신의 영향력을 키우는데 열중, 예술가로서의 본분을 망각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대구 공연기획자들은 종종 "솔리스트들이 한 무대에 서는 공연기획은 다른 프로그램기획보다 훨씬 신경이 많이 쓰이고 힘이 든다"고 토로한다. 개런티 지급도 기획자와 출연자만 알 정도로 비밀사항. 만일 다른 출연자들이 이를 알 경우 왜 내가 남보다 액수가 적으냐는 식의 항의가만만찮기 때문이다. 공연기획자 배선주씨(대구문화회 대표)는 "출연자의 역량, 지명도등을 기초로한 공연계약이나 기획자의 객관적인 평가가 종종 무시당할 정도로 지역 예술인들의 자기 우월의식이 심하다"고 말했다.

미술계도 마찬가지다. 격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다른 작가와 같은 장소에서 전시하기를 거부한다거나 수준을 이유로 내세워 특정 화랑을 기피하는 경우가 그렇다. 또 구상미술계와 비구상미술계의 불화도 서로의 장점을 인정하기보다는 턱없는 편견이 가로막고 있어 늘 평행선이다. 이에대해 갤러리신라 이광호씨는 "외국의 경우처럼 자기 예술의 발전을 위해 서로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다른 장르를 연구하기보다 무턱대고 백안시하는 이상한 풍토가 대구미술계에 만연해 있다"고지적했다. 무용계나 연극계의 뿌리깊은 상호반목도 바로 이같은 자기위주의 오만과 편견이 깊게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분야의 예술인이 언론의 조명을 받거나 조금이라도 잘된다 싶을경우 뒷전에서 괜한 트집을 잡고 깎아내리는 비신사적인 의식이 팽배해 있다.

독특한 영상미학으로 영화계에 깊은 영향을 끼친 러시아출신 감독 타르코프스키는 최근 출간된일기에서 '예술가는 진정한 창조의 세계에 자신을 내몰아 그 영역을 넓혀가는 존재'라고 말했다.그만큼 새로움의 창조를 향한 끝없는 인고의 노력과 자기성찰이 필요하다는 말로 해석된다. 우리예술인들의 의식수준은 어떤가. 예술이라는 울타리속에 안주해 진정한 예술가로서의 각성도 없고자기노력도 없으며 오로지 자기가 최고라는 덫에 걸려 있다. 이같은 예술가가 많아질 경우 문화는 필연적으로 퇴보한다는 경고를 새겨들어야 할 때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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