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상조각은 불교미술의 정수로 손꼽힌다. 때문에 신라 불적(佛蹟)의 아름다움과 향기를 간직하려는 사람들은 어김없이 남산의 수많은 불상들을 카메라에 담아 간다. 하지만 늘 뒷모습만 찍히는불상이 있다. 냉골 아미타여래좌상. 큰 냉골과 작은 냉골이 합쳐지는 곳에서 조금 더 들어가면 찾을 수 있는 옛 가람터에 앉아 있다. 9세기초의 불상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걸작중 하나로 손꼽히는 불상인데도 왜 뒷모습만 조명될까? 지난 50년대 무심한 아이들의 철없는 장난으로 화려한 광배가 깨어져 나가고 어른들은 깨어진 부처님 상호를 수리한답시고 아무렇게나 시멘트를 발라 추한 얼굴을 만들어버린 탓이다. 얼굴은 파괴돼 반쪽이지만 화려한 연화대좌위에 앉으신 부처님의단정하게 솟은 육계와 둥글둥글하게 새긴 나발,하계를 내려다보듯 가르스름하게 뜬 눈매는 그 원형이 어떠했음을 짐작케 한다. 지고지순한 아름다움을 모르는 속세살이…. 가장 참됨은 바로 미(美)라는 것을 깨달았던 그 옛날 신라인의 후손인 우리는 이제 스스로를 외면하는 시대를 살아간다. 이 반쪽 얼굴의 부처님은 이제 앞모습을 인간들에게 보여주기 싫어하실지 모른다.수많은 남산의 불상들은 목이 없어지고 광배가 떨어져 나가거나 더러 코가 뭉개져 온전한 형체를가진 불상을 찾아보기 힘들다. 불상을 떠받치는 대좌만 덩그러니 남아있는 곳도 많다. 이제는 흔적도 찾을 수 없는 남산의 수많은 절터처럼 남산의 불상에도 성속(聖俗)의 인연이 끊어진 탓일까.머리와 발은 제각기 흩어져 없어지고 몸체만 남은 높이 8.6m의 약수골 마애대불이 그렇고 머리가통째로 날라가 버린 용장골 삼륜대좌불이나 비바람에 깎이고 인간의 손에 깨어진 부처바위 여래입상,허리 윗부분만 남은 삿갓골 여래상등 우리의 귀중한 문화재가 쓰러져 간다. 영산정토의 꿈과그 기운이 쇠하고 정신세계가 넘어진 탓이다. 세월의 힘에 못이겨 넘어져 파손되거나 풍우에 깎여 자취를 감춘 것도 있을 것이지만 불가항력의 힘보다는 무관심과 무지가 빚은 훼손이 더욱 클것이다. 숱한 도굴, 유물 도난이 이를 말해 준다. 지금까지 발견된 남산의 불상 80여체중 훼손이나 도난이 우려돼 원래 자리에 두지 못하고 박물관등 다른 곳으로 옮겨진 것도 많다. 현재 국립중앙박물관, 경주박물관, 동국대학교등에 옮겨 보관중인 불상의 수는 모두 13체. 왕정골 석조여래입상이나 장창골 삼존불, 천룡사지 팔면감실소석불등으로 "불상규모가 작거나 남산에 둘 곳이 마땅찮은 불상들"이라고 남산사적관리소 직원 김구석씨가 설명했다. 40년대 일제 조선총독부의 지표조사와 문화재관리국의 한차례 발굴조사외에 제대로 된 학술조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소중한 남산의 문화재가 더 이상 훼손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때문에 훼손된 유적을추스르는 한편 남산 이골저골 어딘가 묻혀있을지도 모르는 불상들을 체계적으로 발굴, 원형대로보존하는 노력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때로는 지난 59년 철와골에서 발견된 큰 불상머리처럼 더러는 다행스럽게도 태풍이라는 자연의 힘에 의해 다시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또 박물관 뜰에 머리와 몸체가 각각 따로 떨어져 있다 수십년의 세월이 흐른후에 비로소 합일되기도 한다. 사불(死佛)이 생불(生佛)이 된 것이다. 결국 인간의 힘과 지혜가 아니라 자연의 이치에 따라 다시 빛 가운데로 나온 것이다. 바위속에 숨어 있다 재주많은 석공의 손을 빌려 속세에 스스로 모습을 드러낸 부처님인 까닭일까.
변화하지 않는 사물은 죽은 것이라고 했다. 1천여년 세월속에 강한 화강암도 풍상에 어지럽다. 바위속에서 스스로를 드러내신 남산의 많은 부처님도 무지한 중생들로 이제는 힘에 겨우실지 모른다. 그렇다해도 억겁을 돌아 사방정토에 환한 빛을 비추실 비로자나불의 미소가 남산 골골에 흘러넘치는한 불국정토의 꿈과 염원은 영원히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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