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민노총 파업방향 왜 바꾸었나

민주노총이 20일부터 전면파업을 중단하고 매주 수요일에만 파업을 벌이기로 한 것은 안팎의 상황을 고려, 노동법 투쟁을 장기전으로 끌고가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내부적으로 장기간 파업에 따른 피로로 인해 지구력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조직을 정비하기위한 측면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노총은 주요 사업장 파업참가율이 갈수록 떨어지는데다 '무노동 무임금'에 부담을 갖는 조합원들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었다.

하지만 그보다는 노동법투쟁에 대한 각계 지지여론이 눈에 띄게 확산되면서 범국민운동으로 바뀐데다 야권은 물론 여권 내부에서도 노동법 재개정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이 투쟁수위를 낮추는 결정적인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단위노조의 파업역량이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보다 상황이 유리해진 마당에무리한 전면파업으로 여론을 악화시킬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파업수위를 조절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각 사업장에서는 내부조직을 정비하는 것이 시급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범대위에적극 결합, 범국민운동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방침"이라며 "필요에 따라 야권과의 제휴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노동계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민노총의 입장전환은 법원에서 노동관계법 국회통과 절차의 위헌여부에 대한 위헌제청을 신청해 놓은 상태인데다 여당내부에서도 재개정론이 제기되면서 강경파의 입지가 약해지는 등 최근의 온건기류를 이용, 강경투쟁방향을 대화노선으로 선회해 대화국면의 주도권을 잡기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있다.

민주노총은 매주 수요일을'파업과 가두집회의 날'로, 토요일은'국민과 함께하는 날'로 지정, 파업대오를 유지하면서 대국민 홍보를 강화하는 두가지 목적을 동시에 달성한다는 계획이다.파업수위조절에 이어 민주노총은 25일이나 26일쯤 한국노총과'1백만 노동자대회'를 공동으로 개최키로 해 한국노총이 또다시 투쟁에 동참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게 됐다.

장기적으로 민주노총은 노동법 투쟁을 봄철 임금 및 단체협상으로 연계시킨다는 전략이다. 개정노동법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각 사업장은 단체협상 개정을 둘러싼 노사갈등이 표면화되고 그 폭발력은 현재의 몇배에 이른다는 예측이다. 이를바탕으로 길게는 대통령선거 국면까지 이어간다면정부가 느낄 압박감은 엄청날것이라는게 민주노총의 판단이다.

이처럼 민주노총이 또다시 입장을 선회하고 나섬에 따라'노동법 사태'해결의 공은 정부와 신한국당으로 넘어갔다. 노동계 주장을 수용하느냐, 강경진압의 칼을 휘두르느냐의 판단을 더이상 미루기 힘들게 된 셈이다.

노동계 전문가들은 "민주노총이 대화노선으로 투쟁방향을 일단 전환했지만 정부여당의 대응에 따라 또다시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을 내부적으로 정하고 있어 현사태를 해결하는 데는 상당한진통이 따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金在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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