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영수회담은 국민회의와 자민련 등 야권의 입장에 적잖은 이견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을 노출했다. 회담 직후 국민회의 김대중, 자민련 김종필총재는 엇갈린 평가를 내리면서도 변함없는 공조를 다짐했다.
국민회의 김총재는"노동법 등의 원천무효를 받아들이지 않아 근본적인 합의는 없었지만 부분적인진전이 있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반면 자민련 김총재는 "정당성만 주장한 자리"라며 결렬이라는 시각이었다.
그러나 두 김총재는 여권의 태도 변화를 지켜 보겠다는 입장을 견지해 영수회담이 여야가 대화를통해 정국을 풀어가겠다는 자세전환의 계기가 됐다는 점은 인정했다. 국민회의 김총재가 진전이라고 평가한 부분은 김영삼대통령이 복수노조를 허용하고 파업을 주도하고 있는 노조지도자에 대한 사법처리를 유보하겠다는 약속이다. 노동계의 시선을 의식하고 있는 국민회의는 체면은 살린셈이다. 김총재가 고무된 것은 안기부법개정에 대한 김대통령의 태도였다.
대선을 염두에 두고 이날 회담에서 안기부법 개정에 적지 않은 무게를 실은 김총재는 안기부법개정문제에 강경한 입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던 김대통령이 선뜻 안기부법 개정문제도 국회에서함께 재론하면 된다고 '양보'를 하자 '시국을 수습하려는 의지가 있다'고 평가했다.반면 자민련 김총재는 자민련의원들의 집단 탈당사태에 대해 항의하고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했으나 의외로 김대통령이 완강하게 여권의 공작과는 상관없다는 말을 되풀이하는 등 만족할 만한 대답을 얻어내지 못했다. 그래서 김총재는 "아무 성과없이 헤어져 가슴이 아프다"며 사실상 결렬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영수회담이후 야권이 바라보는 정국전망이 어둡지 만은 않다. 야권이 대화국면을 외면하고 강경투쟁을 고집하기에는 부담이 적지않다. 국민회의 박상천총무는 "여권이 날치기 처리된 노동관계법 등의 합법화를 전제로 총무회담을 제의 할 경우 거부하겠다"며 자민련과의 공조를 강조했다. 박총무는 그러나이날 영수회담에서 김대통령이 불법문제를 포함해 모든 문제를 국회에서논의할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한 데 대해 신한국당 이홍구대표가 '불법이라면 안된다'며 혼선을빚은 점을 지적하면서 여권의 태도변화를 기대했다.
자민련 이정무총무도"김종필총재의 발언은 여권의 태도를 하루이틀 두고 보자는 것 아니냐"며 당내의 강경기류와는 달리 여야대화에 신축적인 반응을 보였다.
양당 총무는 22일에도 "야권의 태도는 변함이 없다"며 날치기법의 재심의를 전제로 하지 않는 여권의 대화 제의를 거부했다. 그러나 국민회의의 한 당직자가"여당이 날치기법의 불법성문제를 포함, 포괄적인 논의를 하자고 제의할 경우 야당이 이를 거부할 명분이 없지 않느냐"며 대화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정국전망은 비교적 밝은 편이다.
야권의 반독재투쟁공동위는 이날 서명운동과 장외집회의 계속여부등 향후 공조투쟁방안을 논의하고 일단 여권을 압박하기로 결정했다. 야권은 당분간 여권을 밀어붙이는 것이 유리한 국면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전략을 채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정치권에서는 "여야가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 세우고 있는 날치기법의 불법성등은 적당한수사학적 타협을 통해 해결한 뒤에 대화를 시작하지 않겠느냐"는 조심스런 전망을 내리고있다.〈徐明秀기자〉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이재명, '선거법 2심' 재판부에 또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