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팝가수 정치색 분명해야 좋아요

'사랑해요, 로난!' 요즘 영국의 10대 청소년들, 특히 여학생들은 그룹 '보이존'의 멤버인 로난에게흠뻑 빠져있다. 최근의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10대 여학생 거의 모두가 올해의 가장 매력있는 남성으로 선정된 로난 키팅의 포스터를 자기방에 가득 붙여두고 시간만 나면 그의 음악을 듣는다고한다.

청소년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그룹은 비단 '보이존'뿐만 아니다.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정상그룹 '오아시스'와 최근 부쩍 주가를 올리고 있는 '스파이스 걸즈'도 인기면에서 막상막하의 위치를차지하고 있다. 이 외에도 '피터 안드레''백 스트리트 보이즈'등 유수의 그룹과 싱글 팝 가수들이모두 청소년 팬들의 관심과 애정의 한복판에 있다. 인기가수들과 그들을 따르는 팬들의 환호하는모습은 어느나라에서나 공통된 현상이긴 하지만 현재 영국 팝계는 보다 특별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신세대 팬들이 관심과 환호를 보내는 조건으로 팝 아티스트들의 음악성과 함께 정치성향도함께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사회계급이 아직도 존재하는 영국에서는 경제적 문화적 배경에 따라 사람들의 출신계층을 노동자 계급과 중산계급으로 가르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다. 그리고 정치적 성향을 가장 잘 나타내 주는 것도 바로 이 계급의식이다. 어려서부터 자신이 어느 계급에 속하는지를 비교적 잘 이해하며 자라난 아이들은 자연스레 자신의 계급에 걸맞은 정치관을 습득, '청년 보수당''청년 노동당'등 특정정당에서 정치활동을 익혀나간다. 이런 정치성향이 가수선호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은자연스런 현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풍조는 1960년대 '비틀즈'가 젊은이들의 영혼을 뒤흔들어 놓던 시대의 문화와는 전혀 다른 것으로 60.70년대의 자유와 반항, 그리고 80년대의 물질주의를 거치면서 형성된 것이라 할 수있다. 이른바 대처리즘으로 상징되는 보수당 통치 17년간의 궤적과 맞물리면서 젊은이들의 정치양극화는 더욱 굳어져 왔다. 정치성향에 따라 대중문화에 대한 취향에도 변화가 오면서 팝가수자신들 사이에도 뚜렷한 정치노선이 그어졌다.

이러한 경향과 자유스런 사회분위기 때문에 인기 연예인들이 자신의 사상과 정치관을 음악과 함께 대중에게 전달하는데 별 부담을 느끼지 않고 있다. 현재 집권 보수당의 노선을 무대와 TV에서 지지하고 있는 가수들은 '스파이스 걸즈'를 위시해서 리 뉴만, 필 콜린스, 스톡 앤드 애잇킨,토니 모티머, 폴 웰러 등이다. 야당인 노동당 노선의 신봉자들은 오아시스, 스팅, 부 래들리스, 엠피플, 라디오 헤드, 디바인 코미디, 멘스웨어, 틴에어저 팬 클럽, 믹 헉크널, 다몬 알반 등이다.인기가수들의 이같은 정치성향이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전문가에 따라 해석이 달라진다. 영향이 있다고 믿는 측은 특히 개인전용 스테레오 라디오의 보유율이 90%%에 육박하는신세대들의 생활패턴을 지적한다. 공부하면서 배경음악을 틀어놓는 것을 빼고도 1주일에 보통 7시간을 온전히 음악 듣는데만 소비하고 거의 5시간을 TV쇼 시청에 바치는 신세대들에게 우상가수가 추구하는 정치관은 분명 강력한 모방효과를 낳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않다. 청소년들이 음악을 즐겨 듣긴 하지만 가수의 정치관 따위에는 관심도 없으며 또 설령 공감한다 하더라도 투표장에 나타나는 비율이 저조하다는 것이다.

어쨌든 90년대 후반기의 신세대들이 음악에 열광하는 것만큼 정치문제에도 관심을 나타낼지 전사회가 예의주시하는 모습은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런던.權恩淨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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