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한국당무회의·議總

22일 오전과 오후에 각각 열린 신한국당의 당무회의와 의원총회에서는 자성과 성토, 탄식과 자조의 목소리가 메아리쳤다. 지난 연말 새벽회의 소집과 법안의 기습처리이후 가졌던 의원들의 마음속 응어리가 터져 나온 것이다.

당지도부와 나아가서 청와대에 대한 성토였고 정치의 중심이 돼야 할 집권당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데 대한 반성과 지도부에서 하라는대로 아무소리 못하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자신들에 대한 자조의 목소리들이었다. 회의시간도 평소 자유발언 기회를 주지 않던 때보다 훨씬 길어져 두회의를 합해 약 4시간정도가 소요됐다.

당무회의는 그래도 나은 편이었다. 어느 정도 걸러진 의견이었고 표현도 세련됐다. 하지만 내용상으로는 하나같이 현 상황의 심각성을 일깨우는 것이었다.

"총체적으로 우리 전선 일부가 붕괴된 것 같다. 민심이반 현상이 생각보다 심한 것 같다. 당정이특단의 발상이나 조치를 갖고 접근해야 되는것 아니냐"(최병렬) "지금은 정치위기다. 단순히 대야관계나 대노동운동차원이 아니라 대국민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강경식) "영수회담을 하고 난뒤에도 그 전과 별 차이가 없다. 이대표가 이제 직접 나서야 한다"(박희태)

이같은 이야기가 쏟아지자 이홍구대표는 "오늘 우리가 대단히 자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며"앞으로 정치적 과제들을 풀어 나가는데 모든 노력을 다하자"고 말했다.

오후의 의원총회 분위기는 더욱 심각했다. 다양성을 강조하고 독자성을 내세우는 초선의원들의거침없는 의견들이 터져 나왔다.

"난국 해법의 요체는 민심수습에 둬야 한다. 재심의니 재개정이니 용어에 구애받지 말고 우국충정의 자세로 발가벗자"(김용갑) "새벽작전이라는 당론과 당 지시에 따랐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과정이 비민주적이었다. 당운영을 민주적으로 해달라. 당헌·당규를 비민주적으로 운영하면서 우리에게 무엇을 들으려 하느냐"(이윤성) "새벽처리가 부득이 했다고 해도 형언할 수 없는 좌절감과허탈감 실망감을 안겼다. 강력한 청와대, 무력한 신한국당 이미지를 계속 보이는 것은 정권 재창출에도 불리하다. 정치는 신한국당과 국회로 돌아와야 한다. 국민은 권위주의 정권을 싫어한다"(안상수)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았고 울기도 많이 울었다. 고용불안과 민심이반이 겹쳐 화이트칼라와 중산층이 광범위하게 파업에 참여한 것이다. 청와대는 문제해결 능력이 없다고 본다. 당이중심이 돼서 난국을 풀어나가야 한다"(김문수). 초선의원들의 거리낌없는 말들이 쏟아지자 서청원원내총무가 나서"당내민주화도 좋지만 초선의원들은 얘기를 가려서 하라"는 구두경고를 내기까지했다.

고문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회창고문은"새벽처리는 모습이 나빴던 게 사실이다. 소속의원으로서 당의 진로에 진솔한 토론기회가 있어야 한다. 민주화된 당론형성 과정이 있어야 한다. 비판이 나오면 당론을 약화시킨다고 하는데 토론과정에서는 얼마든지 비판할 수 있다"며 주로 당내민주화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이만섭고문은 "난국극복을 위해 우리당이 모든 것을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하겠다고 천명하자. 김대통령의 얘기는 법안을 사실상 백지화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야당의 두 총재도 나라를 생각해서국회로 들어와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형우고문도 당에 대한 비판론이 제기돼자 "지금은 단결할 때"라며 "어려울수록 우리가 단합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며 자학해서는 안된다"고 의원들의결속을 당부했다.

〈李東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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