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북한 두가족 8명 해상탈출 배경-북한식량난 한계상황 직면

지난해 12월 사상 최대규모인 김경호(金慶鎬)씨 일가족 17명의 탈북사건에 이어 22일 또다시 북한주민 두가족 8명이 북한을 탈출한 후 서해상에서 표류중 구조됐다.

이번 탈북사건은 두가족 8명이 동시에 탈출해 왔고 또 육로가 아닌 해상루트를 이용, '북한판 보트피플'의 시초가 될지 모른다는 점 때문에 더욱 주목된다.

이들의 탈북동기는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으나 최근 탈북자 대부분의 경우가 그렇듯이 극심한 식량난등 북한의 '한계상황'으로부터의 도피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일부 전문가들은 "북한 식량난이 심각한 지경에 다다름에 따라 그동안 우려됐던 사태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라면서 "이번 사건은 대규모 '북한판 보트피플' 발생이 곧 닥쳐올 수 있는 당면문제임을 일깨워주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평양에 상주하고 있는 국제기구 관계자들의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북한당국은 주민들에 대한 1일식량배급량을 기존의 8백g에서 2백50~3백g으로 절반이하 수준으로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김경호씨 일가족은 최근 언론사들과 가진 인터뷰에서 "북한에서는 식량난이 심각해져 유랑민들이증가하고 있다"면서 "회령에만도 강기슭에서 풀죽도 먹지 못한채 비닐천막을 치고 떠돌이생활을하는 가족을 여섯이나 봤다"고 말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또 지난해 북한곡물생산량은 3백70여만t으로, 최대한 오는 6월까지 소비할 수 있는 양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며 "올봄 북한식량사정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정부차원의 대량탈북사태에 대한 대응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두 가족이 최근들어 대부분의 탈북자들이 이용한 압록강과 두만강을 건너 육로로 중국과 러시아로 탈출한 것과는 달리 해상을 이용했다는 점은 탈북사태가 잇따라 발생하자 북한당국이 압록강·두만강 등 국경지역의 경비를 대폭 강화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북한당국이 식량난과 사회주의 체제의 모순 등 내부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주민통제와국경및 해안지역 경비강화에만 집착할 경우 이같은 탈북사태는 계속 발생할 것이며 규모도 점차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탈출전까지 김영진씨는 함경남도 문덕군의 문덕요양소에서 과장으로 일해왔으며 유송일씨는 교원양성기관인 청진사범대의 후방관리과장이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들의 탈북사건은 북한의 상류층과 하류층 뿐만아니라 북한사회의 골간인 중류층들도 북한체제에 대해 염증을 느끼고 동요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으로 해석된다.즉 잇달은 북한주민들의 탈북문제는 소외된 어느 일부계층의 불만이나 체제염증의 소산이 아니라대부분의 주민들이 공감하는 총체적인 문제로 보인다는 것.

더욱이 90년대 초반까지는 탈북자들이 대부분 홀홀단신이었으나 최근들어 가족단위의 탈북사태가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북한주민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가족단위로 애써 탈출하고 있는 것은 북한의 감시 및 주민통제체제가 붕괴됐기 때문인 측면도 있으나 무엇보다도 이산의 고통을 줄이기 위한 본능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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