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철강 채권은행단은 한보측과 마지막 순간까지 극단적인 부도처리사태를 피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결국 무위로 끝나고 말았다.
은행관리를 통한 순조로운 공장완공이 가능했던 상황에서 부도처리로 흐름이 뒤바뀐 상황을 채권은행단, 한보, 정부 등의 입장변화를 통해 짚어 본다.
◇채권은행단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의 신광식 행장은 주식의 추가담보 요구를 수용한 정태수 총회장의 입장을통보받은 23일 오전만 해도 은행관리 방식이 유일한 해답이 될 것으로 확신했다.감정원의 자산평가 결과 모자라는 부분에 대해서만 주식담보를 차후 제공하겠다는 입장을 정총회장이 포기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식담보와 함께 관행적으로 따라붙는 주식포기각서도 한보측이 결국 수용할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은행관리 방안을 최종 확정지을 요량으로 오전중에 18개 은행을 비롯한 전국 45개 채권금융기관 대표자회의를 소집했다.
그러나 오후 4시로 예정된 회의시간에 임박해 담보용 주식만 한보직원들이 가져왔을 뿐 포기각서는 첨부되어 있지 않았다.
정총회장측과 전화접촉한 결과 포기각서를 제출할 수 없다는 뜻밖의 반응을 들었다.이에 즉각 재정경제원 등 정부 요로에 그같은 사실을 보고하고 부도처리 이외에 다른 대안이 없음을 내비쳤다.
◇한보측 움직임
한보그룹은 이날 새벽 2시 정태수총회장 주재로 긴급 사장단회의를 열어 채권은행단의 주식추가담보 요구에 응하기로 결론짓고 이날 아침 은행단에 통보했다.
수년째 계속해온 세계 5위 규모의 현대식 제철소의 완공을 코 앞에 두고 주저앉을 수 없다는 판단때문이었다.
전날까지 한보철강에 대해 은행관리는 수용할 수 있지만 경영권 포기로 비쳐질 수 있는 주식추가담보 요구에는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 변경된 것이다.
물론 "한보철강 주식의 담보제공과 은행관리 수용이 곧 제3자 인수를 전제로 한 경영권포기를 결정한 것은 결코 아니며 당진제철소 완공때까지 백의종군하는 자세로 회사를 회생시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설명이 보도진에 전달됐다.
한보측은 이때까지만 해도 주식포기각서의 제출을 끝까지 버티면 주식담보로 자금지원을 받을 수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제일은행의 입장은 완강했다. 부도처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 전해진지 얼마되지 않아부도처리가 현실화되는 순간을 만나야 했다.
정총회장 등은 설마하던 부도처리가 현실화되자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방배동 자택에서 저녁에 긴급 사장단 구수회의를 열고 채권은행단의 주식포기각서 요구를 수용키로 선회했다.곧이어 제일은행으로 달려가 주식 및 각서를 전달하려고 했으나 제일은행은 4개은행장의 합의없이 제일은행 단독으로는 이를 접수할 수 없다면서 접수를 거부하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정부
재정경제원 등 정부는 채권은행단의 자율적인 결정을 최대한 존중한다는 기본입장을 지키려 애쓴흔적이 역력하다.
한승수(韓昇洙) 부총리가 관련 간부들과 수시로 회의를 열고 채권은행 및 한보측의 움직임에 대한 보고를 받으면서 한보사태가 은행관리로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그러나 오후 늦게 정총회장이 한보철강 주식을 추가담보로 제공하는 것을 거부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재정경제원 관계자들이 크게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제일은행에 전화로 이같은 사실을 재확인한 재경원측은 제일은행측에 향후 대책을 묻는 등 다소격앙된 반응을 보이면서 한보측에 대해 분개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한편 재경원 관계자들은 한때 정총회장측이 뒤늦게 제일은행에 주식과 경영권포기각서를 전달하러 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원님 행차한 뒤 나팔부는 격이라면서 부도처리 상황을 되돌릴 수는없다는 입장을 피력.
이들은 채권은행단이 이 각서를 받아들이기로 합의하면 부도를 뒤엎을 수는 없지만 당좌거래가재개되고 법정관리를 피할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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