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문 깨우기 운동 이 주는 교훈

지난 화요일밤 서울시내 모 호텔에서 대구지역 ㄱ대학교의 재경 총동창회를 겸한 신년 인사회가 있었다. 재경 동창회원이 2만명으로 추정되고 있는 ㄱ대학의 이날 모임에는 참석자가 2백여명도 채 안돼 요즘 서울 바닥에서 TK들의 심리적 위축 내지 몸사리기 분위기가 어느정도 인지를 짐작 케 했다는 몇몇인사의 자조적인 비평도 있었다.

특히 이날 현직 국회의원으로 있는 동문 5명중 2명만 참석 5 공시절 호텔 규모로는 비좁아 체육 관을 빌려 각종 향토모임 행사를 치렀던 잘나가던 시절 의 서울 TK 민심과는 씁쓸한 대조를 보였다. 그런 분위기가 서운했던지 이날 모교에서 초청돼 올라온 총장님은 동문 깨우기운동 이 란 캠페인을 역설하는데 짧은 축사시간을 다 써먹다시피 하면서 서울 동문들의 무심한 모교애와 중앙중심의 교육제도를 격앙된 목소리로 질타했다.

총장이 소개한 동문 깨우기 운동 은 대학안에 동문깨우기 방(房)이란 사무실을 만들어 두고 매 일 전국의 졸업생들을 추적, 전화번호를 찾아내 모교 발전을 위한 동참을 호소하면서 동문의 긍 지를 일깨우고 모교 발전에 참여를 독려하는 캠페인.

그동안 동문깨우기 방에서 확인 수색(?)한 동문은 3만여명. 특히 서울지역에서 TK지역 대학 출신 임을 굳이 드러내지 않고 지내려는 동문들을 중점적으로 찾아내 그사람 사무실에다 누구누구는 ㄱ대 동문이다 는 소문을 내면서 까지 동문애를 이끌어낼 만큼 체면 불구하고 강경하게 밀어부치 고 있다는데 지금까지 깨우기 방에서 동문을 찾아내 모금한 모교지원금 성금은 아직 기천만원대 밖에 되질 않는다.

이날 총장은 서울가서 출세 한 동문들의 협력이 특히 부족하다는 따가운 지적을 거침없이 토로 했다. 사실 이날 참석자들도 거의가 중년층 이상의 노선배들이 대부분으로 청장년 신세대는 수상 자 몇명을 제외하고는 손꼽을 정도였다. 총장의 솔직하고 진지한 축사속에는 요즘 지역대학 졸업 생들이 모교를 생각하거나 향토를 챙겨주는 열성과 사랑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음을 염려하는 고 향 어른들의 공감된 심경을 담고 있었다.

최근 몇년간 향토 고교 졸업생들의 서울 명문대 진학율은 과거에 비해 크게 나아졌다. 교육감등 교육청 관계자들의 교육방향에 대한 소신과 향토 일선 교육자들, 그리고 많은 학부모 학생들의 땀과 노력의 결실이었다.

지역대학의 발전을 위해 우수한 인재를 서울로만 보내지 말아야 한다는 논리도 틀린 주장은 아니 나 어차피 아직은 서울 중심의 교육정책, 체제의 현실을 한꺼번에 뛰어넘을 수는 없는 만큼 향토 인재양성이나 지역발전을 내다볼때 바람직한 성과였다.

물론 지역대학도 최근 외국어 교육이나 각종 고시합격자 비율에서 11.5%%라는 인구비례에 비해 만만찮은 실적을 드러내고 있다. 언젠가는 우리의 우수한 인재들을 굳이 서울바닥에 내보내지 않 고도 향토와 국가발전에 충실히 기여할수 있는 세계속의 인물로 길러낼수 있는 지역 교육계의 역 량을 동문깨우기 운동 같은 단합으로 다져나가자는 ㄱ대학의 캠페인은 매우 소중하다고 본다. 올 대학입시도 일부 후기 대학교와 전문대를 남겨두고는 대충 마무리 돼 간다. 우리 아이들은 저 마다 최선의 선택을 했을 것이고 서울로 떠나든 고향 대학에 남든 이제부터야말로 진정한 자아실 현을 위한 스타트라인에 선 셈이다.

그 총장의 말씀대로 서울가서 출세하면 고향을 멀리하고 모교를 외면하는 삶을 산다면 애써 서울 로 보내기 위해 쏟았던 은사들의 열정도 부모님들의 희생도 그 빛이 바랠수 밖에 없다. 진정한 성공은 얼마만큼 건강한 인간성을 갖느냐는 것이다.

서울기업체에서는 경상도 사투리를 감춘다는 얘기나 TK가 따돌림 받는 정치분위기가 돌면 TK 임을 숨기듯 동창회에도 얼굴을 비치지 않는 영악한 처세술은 적어도 대구.경북에서 교육받고 나 간 경상도 사람이 취할 태도가 못된다는 긍지를 가져야 된다.

길고긴 대학입시의 가시밭길을 벗어나 대학으로 사회로 나가는 젊은 향토의 큰 꿈나무들에게는 지난 화요일 ㄱ대학의 서울 동창회 모임에서 지적된 총장의 뼈아픈 질타가 어디서 무엇을 하든 고향을 생각해보게 하는 작은 교훈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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