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잘먹고 잘살자

어려운 시기가 있었다. 먹을 것이 없었던 시절 초근목피도 마다 않았다고 들었다. 그 정도는 아니지만 나 역시 수제비와 '소표'국수가 주식이었던 어린시절을 보냈다. 그래서 그때의 꿈은 좋은 음식을 실컷 먹어 보는 것이었다.

그후 30여년이 흘렀다. 그런데 21세기가 얼마 남지않은 오늘에도 그때처럼 궁상을 떨고 있는 것같아 어리둥절할 뿐이다. 쌀밥과 고기 반찬을 두고도 살이 찐다고, 배가 나온다고, 가늘게 오래살겠다고 또 허세(?)를 부린다고 너도나도 굶기를 밥먹듯 하거나 생각도 없이 칼국수를 따라 먹는 등 난리다.

이 어려운 시기에 이 몸 하나 굶거나 덜 먹어서 남은 음식값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난 외채를 갚는데 도움을 주겠다면 정말 고마운 정성이겠으나, 오히려 굶거나 근기도 없는 칼국수를 먹어서 돈이 더 든다는 게 문제다. 굶고 살을 뺀다고 수십만원씩 하는 '다이어트'식품을 사먹거나 무슨 무슨 '케어'라는 교습소에 다닌다고 또 수십만원. 그리고 없던 시절 싼 맛에 먹던 칼국수가 어느 날부터 된장찌개보다 '우째'더 비싼가?

정말 열심히 일해야 할 시기다. 지금은.

굶거나 국수를 먹고 힘없이 처진 어깨를 하고서야 외채는 고사하고 내 집안 빚인들 제대로 갚겠는가? 잘 먹자. 어질어질 해가며 날씬하지 말고 하는 일 없이 오래 살 길 바라지 말자. 잘 먹어서바쁘고 힘있게 살자. 그래야 거리는 거리대로 일터는 일터대로 건강한 사람들이 넘칠 것이다. 조석으로 잘 먹은 덕에 눈들은 빛이 번쩍번쩍 나고 걸음걸이는 자신감이 배어있고 목소리는 힘이넘치고, 그러면 일도 자연 잘되어 사회가 '되는 분위기'로 충만하지 않겠는가?결국 우리경제도 살아날 것이라고 믿는다.

사람에게 음식은 기계에 있어서 기름과도 같다.

잘 먹고 잘 살자.

〈서양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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