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도 비싸고 세상도 뒤숭숭한데 뭐 해먹을 기분이 나나요"
칠성시장에서 만난 전업주부 김영하씨(51·여)는 썰렁한 장바구니를 보여주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김씨는 요즘 집근처 홈패션학원에 나가고 있다. 지난 해 명예퇴직과 정리해고 풍문이 돌면서 남편의 표정이 어두워지는 것을 보고 가게라도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고등학생, 대학생 아들 둘이 있어 앞으로 몇년은 돈이 많이 들텐데 남편이 졸지에 직장이라도 잃으면어떡해요"
남편이 회사 부장급이라는 김씨의 걱정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주부들은 세상 분위기 파악엔 둔감하다. 하지만 피부에 와닿는 물가 등 경기엔 민감하다. 요즘 주부들은 장바구니 무게가 가벼워진데 허탈해하고 있다. 여기에 명예퇴직과 정리해고 바람이 불면서 가계부담을 남편과 함께 나눠야 한다는 새 걱정거리까지 생겼다. 개정 노동법이 어떻게 바뀌는지는 잘 몰라도 남편의 불안은 쉽게알아챌 수 있기 때문이다.
서대구공단 섬유업체에 다닌다는 김경숙씨(34·여)는"하루라도 빨리 노동법 파문이 매듭지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힘들어도 집살 때까지만 맞벌이하자던 남편이 파업에 참가했어요. 3주를쉬었으니 겨우 80만원인 월급에 연월차 수당까지 못받는다니…" 한숨끝에 그녀는 이렇게 원망도했다. "도대체 정부가 어떻게 법을 만들었길래 월급을 안준다는데도 파업을 합니까. 한참 일할 사람 일 잘하게 해주는게 좋은 정부 아니냐"고 원망했다.
경북대 도서관 취업공고판 앞에서 만난 조민정씨(22·여·생물교육과4년)는"정리해고든 변형근로든 아직 실감이 나지 않지만 아예 그런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직장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조씨는 "교사, 공무원, 공사(公社) 등이 인기직종이지만경쟁률이 엄청납니다. 일반 회사도 근무여건,봉급, 유망성 등 조건이 좋은 직장은 하늘에 별따기예요" 라며 표정은 매우 심각했다. 어떤 친구들은 학원강사나 임시직이라도 찾아보지만 노력에 비해 대우가 박한데다 언제 그만둬야 할지몰라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도 했다.
대구여성회 정종숙 사무국장(32)은"여성들의 경우 개정 노동법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남편 또는 아버지의 근로조건과 고용여건이 나빠진데다 여성노동자의 근로조건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생리휴가, 출산휴가, 시간제 근로 등 여성계가 주장해온 여성 근로조건개선 요구사항을 개정 노동법은 거의 반영하지 않았어요" 개정노동법에 대해선 여성계도 '또다른이유'를 들어 반발이라는 그녀의 설명이었다.
"요즘 회원들의 공통된 화제는 부업 얘기"라고 전한 정국장은 "남편이 정리해고되면 나라도 벌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걱정들을 많이 한다"고 여성계의 분위기를 설명했다. 불황과 겹친 요즘의 어수선한 분위기 때문에 주부들의 걱정이 태산이라는 것이다. 그녀는 "각 당이 노동법 개정안을 만들고 노개위 공익안을 절충, 합의안을 도출해내야 한다"면서 "사태의 조기 수습과 후유증의 최소화가 여성계의 희망사항"이라고 대변했다. 〈金在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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