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이 1박2일 일정으로 일본 벳푸(別府)에서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총리와 가지는한일정상회담은 '획기적 진전'이나 '새로운 전기'를 기대할게 없는 특징없는 회담이 될것 같다.이번 회담은 양국간의 긴밀한 협조사안이나 긴급한 현안이 있음에도 이를 의제로 다루지 않을 뜻을 비친 외교적 관례에 따른 답방(答訪)형식이기 때문이다.
지금 국내의 정치사정은 노동법및 안기부법의 날치기통과 후유증으로 정국자체가 혼미하고 경제문제는 한보부도사태로 나라전체가 풍랑속에 휘말리고 있는 상태다. 이런 와중에 일본과의 선약이 있었다고는 하나 국가원수의 아무런 실효를 거두지못할 것 같은 외국나들이가 국민의 눈에는좋은 인상을 주지 못한다.
더욱이 김대통령의 방일을 하루 앞둔 24일에는 일본 관방장관인 가지야마 세이로쿠(梶山靜六)가종군위안부문제와 관련, 일본 중학교 교과서에서 2차대전중 종군위안부문제를 다룬 것을 비난하면서 "당시 공창제도를 뒀던 사회적 배경을 가르치지도 않고 학생들에게 위안부문제를 가르치는것은 희한한 일"이라는 망언을 서슴없이 저질렀다. 관방장관의 이번 발언은 한일정상회담이 열리기 직전의 다분히 의도적이고 미리 계획된 정치적 발언으로 보여 韓日정상회담에 임하는 김대통령에게 고의적 비례(非禮)를 저지르고 있는 느낌을 준다.
한·일 두 정상은 1박2일이라고 하나 24시간이란 짧은 시간동안에 무려 네차례의 정상회담을 갖지만 미묘한 현안인 종군위안부문제와 독도영유권문제는 거론하지 않고 비켜 지나간다는 것이다.이 두문제는 양국 외무장관회담으로 돌려져 논의되긴 하지만 단시일에 해법을 찾을수 없는 난제여서 양국 모두 던져진 화두(話頭)를 매만져 볼뿐 확실한 해답은 또다시 유예하고 말것같다.이번 정상회담은 국내 문제가 워낙 산적하여 김대통령 스스로도 내키지 않는 발걸음일지 모른다.다만 의미를 부여한다면 한반도평화문제를 고려할땐 느긋할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특히 대(對)북한문제는 양국이 정책조율을 통해 보조를 맞추면서도 실익을 챙겨야 하는 미묘한 문제가 끼여있어 양국 정상들의 신뢰가 중시되고 있다.
때문에 이번 회담이 뚜렷한 현안이 없는 무특징의 회담이 될 가능성이 크나 일말의 기대를 가지는 것은 양국 정상들이 미래지향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만 있으면 예상외의 성공적 결과를 얻을수 있는 것이다. 특히 잠수함사건 이후 4자회담을 위한 공동설명회가 곧 열리는등 한반도문제가 제한적이나마 유화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느니만치 한일간의 조화와 협력은 한반도 안보와동북아평화에 도움이 될수 있기 때문이다.
정상회담전에 있었던 망언등 다소 껄끄러웠던 문제들도 두정상들의 이해와 신뢰속에서 풀려 한반도문제가 평화지향적으로 해결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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