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맥이 끊어지고 있는 서한지화(書翰紙畵)의 맥을 유일하게 잇고있는 조국현씨(43.대구시 동구 방촌동). 고유의 문양이나 꽃을 목판에 새겨 서간집(편지지)의 밑그림으로 쓰는 서한지화를 20년째해오고 있다.
그의 주된 작업문양은 문살과 화초. 창호지 문은 바람소리 발자국소리 등 밖에서 나는 작은 소리도 들을 수 있다. 그래서 창호지 문은 우리에게 만물과의 교감통로가 되고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문은 안과 밖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있는데 특히 우리전통가옥의 문은 이웃과의 열림과 만남의공간이었으나 현대주거양식에서 문은 관계와의 단절을 뜻한다"는 조씨는 이웃과의 사랑을 전하기위해 문살문양을 작업 해오고 있다는 것. 조씨는 작품소재를 구하기위해 서원이나 한옥이 많은곳을 돌며 문살문양을 베껴오고 있다.
문살과 함께 목련 등의 나무꽃이나 백합 같은 초화도 소재로 쓴다.
그는 작은 충격에도 쉽게 구겨지고 상처받는 인간의 마음을 한지에 온갖 문양과 색상, 글씨로 옮길수있는 이 작업은 어느 예술장르보다 나은 복합예술이라고 말한다. 풍부한 색감과 다양한 문양은 현란하기까지 하다는 것.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문양과 미감을 마음껏 담을 수 있는 서한지화는 일반인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고 권한다.
그러나 같이 하는 동료작가들이 없고 일반인에게 인식이 제대로 안돼 고독한 작업이라는 실토도한다. 또 섬세함과 인내를 요구하는 힘든 작업이라는 것.
조씨의 작업은 단순한(?) 애착에서 비롯됐다. 엄한 유교적 가풍속에 자란 그는 지난 78년 선친으로부터 어깨너머로 배워 맥이 끊어지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이길에 뛰어들었다. 지난 20여년간그가 만든 작품만 3천여점. 서한지화를 확산, 보급시키기위해 친지들에게 선물하거나 그의 작업을알고 찾아오는 이에게 나눠주기도 한다. 지금도 조씨의 큰 방에는 3백여개의 목판과 새긴 그림이즐비하다.
선조들은 먹 혹은 주사만의 단색으로 작업을 해왔지만 궁중이나 사대부집안에서 널리 쓰던 문화유산이다. 선비들이 연서(戀書)에 꽃그림을 그려 은은한 사랑을 표현하는 낭만도 있었던 것이다.그는 선조들의 단조로운 색감을 탈피, 현대적 감각에 맞게 배경색을 다양화하는 변용작업을 하고있다. 서예에서 한단계 발전시켜 품격높은 민속예술로 발전시키겠다는 것이 그의 꿈이다.한지에 목판으로 직접 그림을 찍는 시전지방법과 목판을 종이 밑에 두고 그려내는 서한지화는 작업이 까다롭고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체계적인 전승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인다.조씨는 "판화나 동양화도 아니고 서예도 아닌 서한지화는 장르가 애매한 면이 있다"며 "독자적영역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전승.보급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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