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태수총회장 지난연말 행적

정태수(鄭泰守) 한보그룹 총회장이 지난해 10월에서 12월 사이에 한승수(韓昇洙)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장관, 이석채(李錫采) 경제수석비서관, 이수휴(李秀烋) 은행감독원장 등 고위 금융당국자들을 잇따라 1~2차례씩 만나 자금지원을 받기 위한 막바지 로비에 나섰던 것으로 드러났다.이들 3명의 고위당국자들은 27일 잇따라 기자들과 만나 한보사태와 관련한 입장을 밝힌 자리에서정총회장과의 면담사실을 인정했다. 또 이수석과 이수휴원장의 경우는 정총회장으로부터 당진공장 건설을 위한 지속적인 은행대출을 요청받았으나 거절했다고 말했다. 한부총리는 8월과 10월 2차례 정총회장을 만나 한보의 시베리아가스전 개발사업 참여문제에 대해 설명을 들었을 뿐 그후2차례에 걸친 면담요청을 거절했다고 밝혔다.

이수석은 지난해 12월 정총회장을 만났으며 정총회장이 은행이 주기로 한 돈을 더 준다면 공장을완공할 수 있다고 말하더라고 밝혔다. "나는 돈을 빌려 완공시킬수 있으려면 은행의 부채를 갚을능력을 구체적 자료를 갖고 금융기관을 설득하고,또 금융기관이 설득되지 않는 한 누구도 지원해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이수석은 말했다.

이수휴원장은 지난해 10월과 11월 두차례 정총회장을 만났으며 정총회장이 철강단지가 거의 완공돼 가는데 자금이 부족하다면서 은행들의 지원이 이뤄지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그러나 개별 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은 은행들이 알아서할 일로 은감원이 관여할 성질이 아니라고답변했다고 이원장은 덧붙였다.

한편 이날 이들 고위당국자들의 발언에서 또한가지 주목되는 부분은 한보그룹에대한 대출은 잘못된 것이 없었으며 그동안 공장건설을 위한 자재비 규모가 커지고 철강경기가 급격히 악화됐기 때문에 부도사태가 빚어졌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을 비롯한 채권은행단의 무리한 대출이 사태의 중요한원인으로 지적됐던 것과 상당히 다른 지적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더욱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우연히도 같은 날 3명의 고위당국자가 잇따라 기자간담회를 갖게됐고이들의 입에서 일제히 같은 말이 쏟아져 나왔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들의 이날 발언은 대출의 정당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바람에 다소 한보측을두둔하는 듯한 인상을 줘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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