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와 말수레가 나란히 거리를 달리는 광경이 그러하듯 90년대와 60년대가 뒤섞인 가운데서도2000년대 경제대륙을 향해 뛰는 나라 중국.
오늘의 중국사회에서 개혁 개방의 세례를 받으며 자란 젊은이들은 과연 어떤 문화풍토를 일구고있는 것일까.
기성세대와 구별되는 신세대문화가 형성돼있는 자본주의사회와는 달리 중국에서는 딱히 신세대문화로 꼽을만한 흐름이 아직은 뚜렷하지 않다. 서울의 대학로나 대구 동성로, 일본의 하라주쿠처럼젊음이 펄떡이는 거리도 없고, 그들만의 문화공간도 눈에 띄지 않는다. 신세대란 말 자체가 아직은 낯선 단어이다.
자본주의적 레저문화가 발달하지 않은데다 얇은 주머니 사정으로 이곳 젊은이들의 생활반경은 좁고 단조롭다. 그런가운데서도 요즘 중국 젊은이들에게서 조금씩 변화가 엿보이기 시작한다. 자본주의문화의 상징인 록과 디스코가 사회주의의 젖을 먹고 자란 이곳 젊은이들을 뒤흔들고 있다.지난해 12월 14일 밤 10시경 베이징시내의 디스코테크 '나이트맨'. 입구에 6명이나 되는 검표원들이 늘어선 이 디스코테크는 외국인 유학생의 경우 학생증만 보이면 무료 입장시킨다. 외국인들이많이 찾는 곳일수록 중국청년들이 선호하기 때문이다.
5백명은 넘을듯한 실내는 이미 춤추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도 없다. 이상하게도 모두가 팔은 얌전히 두고 발만 부지런히 움직이는 모습. 너무 사람이 많아 팔을 움직일 공간이 없어서이다. 대개의 디스코테크가 이러하다. 귀를 찢는듯한 음악은 90%%이상이 하드록. 갑자기 번쩍이는 가죽바지의 한 청년이 단위에 뛰어올라 배꼽을 드러낸채 야한(?) 춤을 추어대자 몇명의 남녀들이 다투어 올라와 분위기를 돋우고 사람들은 토요일밤의 열기에 빠져든다.
중국에서 록은 80년대 중반에 도입됐고, 디스코는 최근 2년사이 붐을 이루고 있다. 록계는 현재20여개의 그룹이 활동하고 있지만 중국 당국이 록음악이 청년들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며 달가워하지 않는 탓에 대부분 언더그라운드활동을 하고 있다.
10년전부터 록계의 선두주자로 활동하고 있는 조선족 출신 록가수 추이지에(崔健.36). "중국 록음악은 역사도 짧고 아직 미약한 수준이지만 록에 관심을 갖는 젊은이들은 계속 느는 추세"라면서아직 수적으로는 많지 않지만 가끔씩 열리는 록공연장 대부분이 만원을 이룬다고 덧붙였다.입장료가 중국의 소득수준으로는 상당한 고액인 1백50원(한화 1만5천원)에서 2백, 3백, 5백원 심지어 대학교수의 한달월급인 8백원까지 있지만 표가 팔린다는 것이다. 최근엔 외국 록그룹들의초청공연도 가끔씩 선보이고 있다.
스터우(石頭)라는 록그룹에서 보컬리스트로 활동했던 위신(23). 중국에선 보기 드문 어깨를 덮는긴 머리스타일의 그는 "록은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감각을 경험하게 한다"고 말했다.디스코테크는 최근 2~3년새 급증, 북경에서만해도 제이제이, 쿤룬, 나사 등 10여개 있다. 보통 1천~2천명, 큰곳은 3천~4천명이 들어갈 수 있는 대형이며, 현란한 레이저빔에 모형우주선이 나는 등첨단시설을 자랑하는 곳도 적지 않다. 입장료는 대개 40~50원에서 80원까지. 요즘은 다소 열기가식은 편이라지만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발 디딜 틈없이 북적이대, 크리스마스시즌엔 '안에 3천명, 밖에 2천명'이라는 말이 있을만큼 인산인해를 이룬다.
입장객의 80%% 정도는 20대. 건전하게 젊음을 발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외국인 대상의 이른바 'BP소저(小姐)'(삐삐를 지닌 특정직업여성)들도 적지 않다.
북경어언문화대학 영문계 4학년생인 왕핑(23)은 "가끔씩 친구들과 학교근처의 디스코테크에 가서신나는 록에 맞춰 디스코를 즐기다보면 쌓였던 긴장이 싹 풀리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생원 석사과정생인 저빠오핑(李保平.24)도 "친구 결혼식이나 생일 등에 디스코테크에갈 때가 있는데 개방적인 분위기가 기분전환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지금 중국대륙에 부는 록과 디스코 바람은 개방의 심화와 함께 그나름의 신세대문화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북경.田東珪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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