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부산 신발산업의 몸부림

부산의 신발산업은 대구의 섬유산업과 여러모로 닮은꼴이다. 한때 부산의 경제를 이끌었지만 거듭된 침체로 사양길을 걷고있는 신발산업은 현재 위기에 처한 대구 섬유의 타산지석이 될만하다.부산의 신발산업은 한때 우리나라의 5대 전략 수출산업의 하나였다. 부산지역의 신발생산은 우리나라 전체 신발생산량의 75%%, 수출량의 85%%를 차지하며 번영을 구가했다.

부산의 신발산업은 그러나 90년을 고비로 급격히 몰락의 길을 걷고있다. 89년 2백10개이던 완제품생산 신발업체가 95년에는 80개로 줄어들었다. 생산라인도 89년 5백50개에서 1백20개로 뚝 떨어졌다. 90년 부산지역 전체 제조업의 28.4%%를 차지했던 생산액의 경우 95년말 현재 8.0%%로감소했다.

부산의 신발이 이처럼 몰락한 것은 나이키 등 외국 빅바이어(Big Buyer)의 단기적 하청생산기지로 몸집만 키웠을뿐 독자적인 산업을 형성하지 못한탓이다. 유통망을 장악하고 있는 해외 빅바이어들은 90년대 들어서면서 주문자 상표부착 생산(OEM)의 중저가품 수입선을 값싼 인도네시아,태국, 중국 등으로 돌렸던 것이다.

고유브랜드가 취약하고 가격경쟁력에서 동남아 후발국에 밀린다는 점에서도 부산의 신발산업은대구의 섬유산업과 닮았다. 정부로부터 산업합리화 업종으로 지정됐으면서도 두 산업은 공히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부산의 신발산업은 외형상 몰락했지만 결코 사양산업이 아니라는 시각도 없지 않다.한국신발피혁연구소 하대일 기획과장은 "경쟁력없는 한계기업이 퇴장한 대신 살아남은 업체를 중심으로 고부가가치화,저가제품 생산라인의 해외이전 등 구조조정이 착실히 진행되고있다"고 분석했다. 부산상공회의소 김명수 조사부장도 "대형생산라인 시대는 끝났지만 고기능화 제품을 생산하는 중소업체 및 소재.부품업체는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있다"고 말했다.

브랜드의 개발, 홍보강화, 독자적 유통망 구축, 특수화의 개발 등이 부산 신발이 안고있는 당면과제라고 이들은 입을 모은다. 대구 섬유산업에도 꼭 들어맞는 과제가 아닐수 없다.한때 부산과 똑같은 시련을 겪었으나 전문화, 특화전략으로 오늘날의 세계적인 신발대국이 된 이탈리아를 부산 신발업계는 본받고 싶어한다. 세계시장에서 고급섬유제품으로 위치를 점하고있는이탈리아를 닮고싶어하는 것은 대구의 섬유업도 마찬가지.

하과장은 "섬유는 사업다각화 측면에서 신발보다 유리하다"며 "구조조정을 통해 대구의 섬유업계는 충분히 살아남을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金海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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