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보 검찰수사 이모저모

"압수자료 과일상자 40여개"

○…검찰은 27일 오후 법무부를 통해 현직은행장 4명에 대해 '은밀히(?)'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가 일부 언론에서 보도가 나가자 난색을 표명.

최병국(崔炳國) 중수부장은 기자들에게 "현직 은행장들은 이번 부도사태와 관련된 혐의가 있는게아니라 단지 순수한 참고인으로서 몇몇 사항을 조사할 필요가 있어 비밀리에 출금조치를 요청했던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한 뒤 "지금 보도가 나가면 심각한 명예훼손이 될 위험이 있다"고 이례적으로 보도자제를 요청.

이를 두고 검찰주변에서는 "수사경험상 처음부터 범죄혐의가 드러나 피의자로 소환조사받는 경우가 어디 그리 흔하냐"며 "검찰이 초반부터 속전속결로 수사를 진행하면서 지나치게 민감해진 것같다"고 분석.

○…개정 형사소송법이 시행된 이래 처음으로 진행된 대형수사인 탓으로 이번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이 실체적 진실 규명과 함께 수사과정에서 적법절차를 준수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그간 관행화된 구속수사 및 '소환=구속'이라는 사법처리 도식에 얼마나 새로운 변화가 있을 지 관심이 집중.최부장은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개정형소법이 도입된)이 시점에서 실체적 진실규명 못지않게 적법절차를 준수토록 하겠다"고 강조한 뒤 "소환자에 대한 밤샘조사의 경우라도 반드시 본인의 동의하에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표명.

○…정태수(鄭泰守) 한보그룹총회장이 전날 모방송사와 인터뷰를 통해 검찰출두 의사를 밝힌 뒤병원에 입원한 것과 관련, 검찰은 공식접촉이 없는 상황에서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표정.최부장은 "검찰이 출두하라고 공식 요청한 사실도 없고 정총회장측에서 공식적으로 대답한 사실이 없는 만큼 아직 아무 것도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앞으로의 소환이나 신병처리에 대해)가정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언급해 수사상 필요에 의해 언제든지 정총회장을 소환하겠다는 뜻을 간접시사.

○…검찰은 전날 '피의사실 공표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내에서 주요 소환자를 공개하겠다'며 적극적인 대언론태도와는 달리 이날은 "소환자의 비교형량을 고려해 공개하겠다"고 말해 한발 물러선느낌.

최부장은 이날 "국민의 알권리와 수사상 필요를 충분히 고려해 소환자를 공개해주겠다"며 "현재로서는 중요 정치인이나 공무원은 소환하지 않았다"고 설명.

○…28일 오전 대검 중앙수사부의 압수수색이 실시된 서울 서초구 방배본동 1의27 정태수 한보그룹 총회장의 자택은 3~4명의 관리직원들을 제외하고는 정씨 가족들의 모습은 일체 눈에 띄지 않았다.

대검 수사관들은 이날 오전 10시께 정회장 자택에 도착했으나 관리직원들이 대문을 열어주지 않아 1시간 가량 문밖에서 대기.

이들은 오전 10시55분께 "강제로 압수수색을 실시하는 일이 없도록 협조해달라"고 한 뒤에야 영장을 제시하고 안으로 들어가 정총회장과 정보근(鄭譜根) 회장, 정한근(鄭澣根) 부회장 집등으로흩어져 압수수색을 실시.

관리직원들은 수사관 9명을 들여보낸 뒤 다시 철대문을 굳게 닫아 보도진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했으며 어떤 질문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

○…정총회장의 장남 종근씨가 살고 있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미도아파트 111동1303호에도 이날오전 11시께부터 압수수색이 실시됐다.

이 아파트 경비원은 대검 수사관 3명의 도착을 인터폰으로 종근씨 집에 알리려했으나 수사관들은이를 막은 뒤 곧바로 집으로 올라가 영장을 제시한 뒤 압수수색을 실시.

수사관들은 1시간30분만인 오후 12시30분께 압수수색을 마무리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철수.

○…정총회장의 주소지로 돼 있는 서울 구로구 구로2동 429의73 주택에서도 이날 오전 9시께 압수수색이 실시됐다.

이날 검찰 관계자들은 주택 관리인에게 압수수색 영장을 내보이고 집안으로 들어가 30여분만에수색을 서둘러 끝낸 뒤 별다른 성과없이 발길을 돌렸다.

○…검찰은 수사착수 이틀째인 이날 오후부터 한보그룹 자금당담직원과 은행관계자등 10여명을비밀리에 소환, 밤샘조사를 벌이는 등 수사에 박차를가하는 모습.

중수부 수사팀은 이날 한보그룹 정총회장 일가 자택과 주요 계열사에서 압수한 관련자료가 과일상자 40여개에 달하는 방대한 탓에 이날 오후 8시 넘어서야 각조사실별로 인근식당에서 식사를시켜 먹은 뒤 새벽까지 자료 검토작업을 강행.

한 수사관계자는 "압수수색한 자료에 대한 분류 및 목록 작업을 벌이고 있고 한보의 구체적인 대출규모 및 경위를 확인하기 위해 한보직원과 은행 관계자들을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해 조사하고있다"고 설명.

○…한보그룹 서울 대치동 본사는 28일 검찰이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한보철강등 16개 계열사와 정총회장의 자택 등에 대한 수색에 들어가자 마치 벌집쑤셔 놓은 듯 혼란스런분위기.

정총회장이 전날인 27일 저녁 경희의료원에 입원, 비서실과 홍보실 직원 상당수가 병원으로 달려간 상태여서 서울 대치동 본사 홍보실에는 몇몇 홍보실직원만 남아 외부전화를 받느라 진땀.○…이날 오전 10시 40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소속 수사관 8명이 대치동 사옥에 도착, 4명씩 2개 팀으로 나눠 그룹 총회장실 등 임원실과 한보철강 회계팀 사무실 등에 대해 영장을 집행.한보그룹 직원들은 검찰 수사관들과 기자들이 갑자기 들이닥치자 "무슨 일이냐"며 우왕좌왕하는가 하면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는 상황에서는 수색에 협조할 수 없다"며 검찰수사관 및 보도진들과 한동안 실랑이.

수사관들이 "압수수색영장 집행에 응하는 것은 국민의 의무"라고 다그치자 한보직원들은 마지 못해 사무실을 안내하며 영장집행에 협조.

○…검찰의 압수수색이 집행된 서울 대치동 한보그룹 본사는 은마종합상가 3층에 위치, 각종 상점과 학원 등과 함께 각 사무실들이 미로와 같은 복도에 따라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검찰 수사관들이 진땀.

게다가 주요 부서들의 경우 출입문에 소속 부서를 식별할 수 있는 현판이 걸려있지 않은데다 창문마저 없어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없는 구조로 돼 있어 수사관들이곤욕.

압수수색영장집행에 필요한 사무실을 안내해달라는 수사관들의 요청에 일부 직원은 "안내실이 있으니 거기에 물어보라"며 퉁명스런 대답.

수사관들이 3층 (주)한보의 한 사무실 출입문을 두드리자 문을 연 직원들이 기자들을 보고 재빨리 문을 걸어잠그는 바람에 수사관들이 "영장집행에 협조하라"며 고함을 지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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