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우리의 비판수준은

우리 사회에는 남의 이야기를 쉽게 하는 풍조가 만연돼 있다. 자기가 연애를 하면 로멘스고, 남이연애를 하면 불륜이다. 자기 아이들이 미군부대에 가서 영어를 배우면 배운 것을 잊지 않게 하기위해서이고, 남의 아이들이 그렇게 하면 무슨 이유를 달아서 비아냥거린다.

어느때부터인가 우리 주변에서는 이러저러한 문제에 대해 부정적인 비판을 하는 사람만이 독특한인물로 인식되어 왔으며, 그에 따르는 책임 등은 전당포에 갖다 맡긴 것 같다. 그저 책임없이 그렇고 그런 이야기를 해서 주위의 관심을 끌어 남의 환심을 사면 그만이다. 그러한 이야기가 여러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것이며,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전혀 상관없는 먼나라의 사람처럼행동하고 있다.

흔히 무책임한 비판의 예로 지난 60년대 경부고속도로의 건설을 들 수가 있다. 그 당시 고속도로의 건설에 대해 야당의 지도자를 포함한 수많은 지식인들은 시기상조라고 한목소리로 반대를 했다. 반세기도 지나지 않은 지금 새로운 중부고속도로가 생기고, 곳곳에 확장공사를 했지만 경부고속도로는 정체 구간이 갈수록 많아질 뿐이다.

여기저기서 뭘 하나 제대로 하는게 있느냐는 식으로 불신의 풍조가 만연되어 있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그때부터 이룩한 경제발전은 기적이라고 생각된다. 항간의 이야기대로라면 우리 경제의앞에는 항상 파란불이 아닌 빨간불이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재벌의 사카린 밀수, 성수대교 붕괴등 낯부끄러운 사건에 대해서 '내 탓이오'하는 자성의 목소리를 기대하는 것은 너무 순진한 생각일까. 세계 교역11위로 성장한 우리의 이야기문화 수준은 어떤지 자성해볼 일이다.

〈경주대교수·금석학〉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