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이저의 이혼논리

시이저의 아내는 의심받는 것 조차 용서되지 않는다 로마의 시이저가 그의 아내 폰 페이아 와 이혼하면서 이혼을 정당화시키기 위해 했다는 말이다. 황제가 될 영웅의 아내쯤 되는 신분이면 부정(不貞)이 있든 없든 의심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이혼당할 책임이 지워진다는 얘기다. 명백한 증거도 없이 아내를 쫓아내기 위해 갖다 붙인 듯한 영웅의 핑계치고는 좀 치사한 궤변이 라는 느낌도 들지만 인간사에서 처해 있는 입장에 따라서는 시이저의 아내처럼 의심을 사고 있다 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덕(德)을 잃는 경우가 없지는 않다.

의심받는 당사자가 갓을 쓸만한 신분이라면 오얏나무로부터 가급적 멀리 떨어져 있어야 옳다는 경우와 같은 것이다.

한보(韓寶)사건이 터져 나오면서 최근 우리는 많은 계층의 사람들이 사물에 대한 의심에 있어서 시이저식의 감정적 편견속에 빠져들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오얏을 따지 않았을 것이라는 믿음 이 가면서도 의심받는 상대가 신뢰와 사랑을 잃고 있는 경우에는 오얏을 땄으리라는 쪽으로 의심 해버리는 불신의 정서가 번져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그 상대가 사랑과 신뢰를 받고 있던 상대였다면 오얏을 따는 것을 보고서도 무슨 다른 사연이 있어서 일것 이라고 오해와 의심을 플어주는 심리같은 것이다. 시이저가 그 아내에게 진 정한 사랑이 있었다면 의심받는 정도가 아니라 그 의심이 사실이었다 해도 불신과 이혼을 않았을 것이다. 크고 작은 정경유착 의혹건이 제기될때마다 대통령의 아들이름이 대중의 입에 자주 오르 내린 사실 그 자체가 이미 오얏을 땄다.안땄다는 사실 여부를 떠나 덕과 애정을 잃게 한 요소였 음은 부인할 수 없다. 요 며칠사이 연일 치고 받는 여야의 성명전(聲明戰)을 보아도 독설과 증오 에 가까운 비난속에 의심과 의심, 불신과 불신이 묻어나면서 우리사회 전체를 의심과 루머의 구 덩이 속으로 파묻어 가는 느낌을 지울수 없다.

야당이 대통령을 겨냥하여 한보비리 의혹을 의심스럽게 비판하고 젊은 부통령 을 끌어다 거론한 것도 도덕성을 강조해온 문민지도자는 의심받는 것 조차 용서 될 수 없다 는 시이저식 논리로 비춰보면 집권층이 비판적 대중으로부터 애정과 신뢰를 상실했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된다. 팔만대장경에 지혜가 없는자 의심이 끊일 날 없다 고 했다. 그렇다면 이 부질없고 끊임없는 총 체적 의심의 바람은 모든 정치적 반대자와 국민들에게 지혜가 없어서 그러한가. 한 점 의혹도 없이 밝히겠다고 말하면서도 특별검사제는 죽어도 안된다는 이상한 논리는 어떤 지 혜로 이해해야 하는 건가. 5조원 대출 받아 쓴 수사대상도 PK, 부실대출을 해준 은행장도 PK 감 독해야할 은감원장도 PK, 수사지시를 내린 쪽도 PK, 로비의심을 받는 실세도 PK인 상황에서 가재는 게편이기 쉽다 며 특별검사제 하자는 야당의 끊임없는 의심도 지혜가 없어서 그런거라면 할말이 없다. 대출관련 은행장들이 외압없다 고 입을 모아 주장해도 민심은 삼밭에 한 번 똥싼 개는 늘 싼줄 안다 는 속담을 더 믿어면서 뻔- 이란 의심만 중얼대는 것도 지혜가 없어서라 치 자.

외압도 없었고 로비도 없이 깨끗하다면서 난데없이 정치권이 아수라장이 된다 고 윽박대는 이유 가 의심스러운 것 또한 듣는 쪽이 지혜가 없어서라면 어쩔수 없다.

정치헌금은 일전(一錢)도 안받았다는 당연하고도 당연한 얘기 를 해외에 나가서까지 자랑처럼 강조하는걸 보노라면 돈 안받는 것과 부실기업 관리 잘못으로 나라경제를 이지경에 이르도록 한 국정책임자로서의 도의적 통치책임이 면책되는 것과는 아무관계가 없다는 지혜로운 분별력이 무 척 아쉬워 보인다.

집권 책임자들은 비판세력과의 의심에 찬 말싸움에 매달릴게 아니라 왜 오얏을 따지 않았는데도 땄으리라는 의심스런 집권층으로 불신받고 있느냐는 사실을 겸허히 직시해 봐야 한다. 이제 한보사건의 진상규명과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하는 대책 못잖게 이 정부가 시이저의 아내처 럼 사랑을 잃어버림으로써 의심만 가득차게 만든 이 사회에 믿음을 되살리는 모두의 지혜가 요구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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