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선선상에서… -이 홍 구

"대구 연구-교육 통합 첨단산업을"

31일 오후 신한국당사 6층 대표실에서 이홍구대표를 만났다. 자연히 질문은 최근 온 나라를 발칵뒤집어 놓은 한보사태와 노동법파문 그리고 대구경북 지역의 어려운 경제상황에 집중됐다.이대표는 그러나 학자출신답게 해박한 지식과 특유의 달변으로 파상질문을 피해 나갔다. 이대표는 특히 자신의 책임을 강조한 노동법 파문과 관련한인책론 등 당내외 비판에 대해서 직접 언급을 피한 채 대표직 수행에 최선을 다한다는 원론적인 언급에 그쳤다.

이른바 TK정서와 관련해서 이대표는 역사적 배경을 갖고있는 자존심과 자긍심의 발로라고 해석하고 지역의 독특한 반여권분위기는 치유가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함께 피력했다.-한보사태와 관련, 신한국당도 야권에 대한 루머공세를 시작했습니다. 여야의 공방전으로 정치권의 연루인사들이 수십명 거론됩니다. 이 경우 수습은 점점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정개개편이 있을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데요.

▲저는 수습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더이상의 확산은 여야 모두 피할 것입니다. 또 일이 어려울 수록 원칙에 따르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조사는 몇명이 되든 간에 철저하고 공정하게 해야 국민이납득할 것입니다. 당으로서는 조사보다는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노력할 것입니다. 또 피해기업과 피해자를 최소화하는 데 역점을 둘 것입니다. 정개개편은 별로 생각한 바 없습니다.

-수습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어지간한 정도로는 국민들이 수긍하지 않을듯한 분위기입니다. 민심이반이라고 할 정도인데요.

▲사실 국민들의 불신정도는 심각합니다. 저는 이것을 국민들의 답답함에서 기인하는 것이라고봅니다. 국민들의 여권에 대한 신뢰성이 낮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신뢰성 제고에 정치적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리고 빠른 시일내에 정부가 이 사태와 관련한 확실한 설명을 해야 할 것입니다.

-노동법 파문은 이대표체제의 지도력의 한계라고 당내에서조차 그런 지적들이 대두되기도 합니다.

▲소수의 토론과정 포기와 물리적 방해로 단독처리가 불가피했습니다. 이후 사태수습을 위해 여러가지 방안을 강구하고 실천하고자 했습니다. 의견이 다양한 것은 당내 민주화의 과정이며 당대표로서는 다양한 의견을 듣고 지배적 의견에 따르는 것이 도리입니다.

-최근 당내상황은 대표와 당직자 등 지도부와 소속의원들이 서로 제각각인 듯한 인상을 받습니다. 타개책은 없습니까.

▲지도자 한사람에게 맹종하는 구시대적 정치관행은 이제 없어져야 합니다.

신선하고 건전한 사고의 바탕에서 나오는 소속의원들의 발언을 혼란상으로 봐서는 안됩니다. 다만 구시대적 당운영 관행을 시정해야 한다는 의견은 당발전을 위해 귀담아 들어야 할 일입니다.앞으로 소속의원과 위원장의 참여기회를 높이는 제도를 마련할 것입니다.

-이와 관련, 당의 대선후보를 조기에 가시화하고 실세 대표로 앉혀야 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대표께서는 최근 노동법과 관련한 일련의 사태에 책임을 지고 스스로 용퇴를 고려한 적은 있습니까.

▲당대표로서 투철한 책임감으로 일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의원총회와 고문단회의에서는 당이 일치단결하여 대표의 활동에 힘을 실어 주자는 의견이 여러차례 나왔습니다. 그에 힘입어 대표직무에 충실할 따름입니다.

-노동법 날치기처리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잘된 것으로 자평하기도 했는데 결과적으로 그 와중에 정치적 손실이 가장 컸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스스로 정치적 손익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비록 처리방식이 최선은 아니었다고 해도 경제 난국을 예방하고 경쟁력제고를 위해 노동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을 평가한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국가경제와 국민생활을 생각했지 자신과 당의 인기를 염두에 두지는 않았습니다.-후보경선때 당의 총재로서 분명한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한 대통령의 연두 기자회견을 두고 예비주자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자유 공정경선이라는 대원칙을 훼손시킬 우려도 강한데요.▲당총재로서 분명한 입장을 밝히는 것이 비민주적이라는 논리에는 동의하지않습니다. 총재의 입장 표명과 공정경선은 별개입니다. 후보 선출과정은 총재의 입장 표명에도 구애받지 않고 얼마든지 민주적으로 운영될 수 있습니다.

-김수환추기경이 지도층의 솔선수범이 따르지 않고는 근로자등 일반 국민들이 수긍하지 않을 것이라는 언급은 사회지도층 특히 정부여당의 각성을 촉구하는 말이기도 한데요.▲김수환추기경님의 말씀은 온당합니다. 정부여당은 물론 야당과 사회 각계의 지도자 등도 모두솔선수범해야 된다는 권고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역사의 국난극복 슬기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것입니다.

-최근 이대표의 스타일이 변했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연두 기자회견 등에서는 의도적으로 변화를 주려는 노력도 엿보였습니다. 이대표의 트레이드 마크인 부드러움에 한계를 느낀 때문입니까.▲강력한 리더십을 떠들썩하게 당을 이끄는 것으로 착각해서는 안됩니다. 지도력은 인내에 얼마나 강하고 또 얼마나 유연성을 빠르고 강하게 보이면서 생산적으로 조직을 운영하느냐에 의해 평가돼야 할 것입니다. 연두회견에서는 노동법 개정 등 악화된 시국상황에서, 타개의 결연한 의지를 표명하는 과정에 나타난 모습이었을 것입니다.

-대구경북의 경제상황은 나라전체가 어려운 가운데서도 더욱 심각합니다. 중견기업의 부도에 대한 지역의 우려 또한 팽배합니다. 이 지역 경제문제에서 가장 시급하게 필요한 것이 무엇이라고보십니까.

▲과거 대구의 주요 산업이었던 직물·염색등 섬유산업이 쇠퇴하고 있습니다.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는 이제 경쟁력을 갖기 어렵습니다. 고품질과 신기술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기업의 적극적인노력과 정부의 지원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특히 대구는 교육도시로서 연구와 생산교육이 연계되는 첨단산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위천산업단지는 이제 규모가 축소되기는 했어도 기정사실로 됐습니다. 단지 지정에 노력하신 것으로 아는데 위천단지가 어떤 성격의 공단으로 조성돼야 한다고 보십니까.

▲위천단지가 결론이 안나고 시간만 끌고 있어서 상황진척의 물꼬를 튼 것일 뿐 다른 노력을 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위천단지는 첨단산업기술의 개발과 적용을 통한 고부가가치의 제품을 생산하는 단지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방대한 규모도 필요없을 것이고 환경폐기물이 많이발생하지도 않습니다. 이렇게 될 때 위천단지의 논란은 가라앉힐 수 있을 것입니다.-위천문제를 계기로 전통적 여권의 아성이었던 경남·북이 분리되는 현상을 낳았습니다. 그러나대선승리를 위해서는 정치적 봉합의 필요성이 제기됩니다. 방책이 있습니까.

▲영남권을 하나로 묶어 발전시키고 동시에 문제를 해결하는 모임도 갖고 구체적인 노력도 기울일 것입니다. 만일 이 정도 문제의 해결 능력이 없다면 국가경영능력의 차원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을 것입니다. 저는 오히려 대선이 계기가 돼 새로운 노력이 시작될 것으로 봅니다.-이른바 TK정서라고 하는 지역의 정서는 여권에 대한 비판의 정도를 넘어 반감에 가까울 정도로 악화됐다고 합니다.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며 치유책은 있습니까.

▲치유가 가능하리라고 봅니다. TK정서란 주민들의 자존심의 발로입니다. 역사적으로 조선조부터중요한 인물을 많이 배출한 곳이라는 자존심에다 박정희대통령이후 현대사에서의 중심적 역할로그 자존심은 더 강해졌습니다. 최근의 독특한 정서는 한국정치와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자리매김을 다시 하는 과정에서 자존심이 상처받은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따라서 그 자존심의 기질상 이 지역의 정서는 여당성향이라고 봅니다. 때문에 저는 비관하지 않습니다.-그러나 대구는 의석분포상 자민련 우세지역입니다. 신한국당이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 지역신한국당의 인기도 제고방안은 있습니까.

▲ 하루 아침에 높이는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자민련의 다수 인사들도 야당 하고싶어 하는분들은 아닐 것입니다. 다른 선택이 없어서 그런 선택을 했을 것입니다. 신한국당이 보다 포용적인 자세를 취하고 TK가 가지는 중심적 역할을 인정할때 다음 선거부터는 양상이 달라질 것으로봅니다. 연말 대선에서도 총선과 같은 표의 분포는 안 나타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李東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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