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1-國會표류, 정치권 疑惑높여

한보(韓寶)비리를 둘러싼 설(說)과 억측은 무성하되 정작 이들 의혹을 규명해야 할 국회는 표류하고 있다.

여야는 당초 3일 국회를 개회키로 합의해 놓고는 특위 구성비율과 조사기간, 특검제 도입등을 둘러싸고 사사건건 트집을 잡더니 슬그머니 "10일께나 열릴 것같다"며 개회일정을 늦춰버린 채 말같지도 않은 폭로전으로 영일이 없으니 딱하기만 하다. 그야말로 한보사건쯤은 별것 아니어서 늑장을 부려도 된다는 것인가. 아니면 폭로된 일부 내용처럼 50~60명의 여야의원들이 연루된 사실이 드러날까 두려워 국회여는 것을 피하는 것인지 국민들로서는 그 속내가 궁금하다.사실 한보사건이 터지면서 지금까지 여야 정치권의 대응태세는 의혹투성이였다. 사건이 터지면서평소 언행이 신중한 국민회의 김대중총재가 "대통령도 조사를 받아야 된다"고 김대통령을 겨냥했고 김영삼대통령도 바쁜 일본방문의 일정속에서 굳이 "대통령 병…운운"의 발언에 곁들여 "나는재임중 한푼도 받지않았다"고 신경질적으로 응수했었다.

이에 뒤질세라 정치권에서는 김대통령의 차남인 현철씨가 연루됐다느니 김총재 장남인 홍일씨 연루설및 박희일 자민련 김종필총재의 전(前)특보 연루설이 잇달아 터졌고 ㅊ, ㅎ, ㄱ의원과 여야의원 50~60명 연루설등이 여야 의원들을 통해 번갈아 가면서 속빈 강정 같은 '말의 성찬'만을 벌여왔던 것이다.

그런데 우리들로서는 이처럼 여야가 폭로할만한 자료들이 많으면 즉각 국회를 열어서 서로 따지면 될 일을 굳이 국회개회는 요리조리 피해놓고 "여차직했다가는 골병 들 각오하라"는 식의 으름장만 서로 놓은채 버티고 있는 까닭이 궁금한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러한 여야 의원들의 자세를 두고 과거에 흔히 정치 스캔들이 터질 때 그랬던 것처럼 엉뚱한 공방전(攻防戰))으로 국민의 눈길을 돌려 사건의 초점을 흐리게 하고 사건의 핵심을피해가는 속임수전략이나 아닌지 의심스럽다.

여야의원들은 '사건의 실상을 규명해서 국민의 의혹을 풀어야 한다'는 국회 본연의 책무를 망각한채 특정인 보호나 대선을 겨냥하는 당리에 집착할 때가 아님을 새삼 지적코자 한다.여야는 국정조사의 발동조건을 두고 설왕설래 하느라 더 이상 국회를 지연시키지 말기 바란다.여야는 일단 국회를 열고 사심 없이 국가에 봉사하는 마음으로 성실하게 국정조사를 벌이면 된다.

야당은 국회법대로 특위를 구성하고 여당 주장대로 30일간의 조사기간이나마 일단 조사에 응한다음 필요에 따라 연기하는 방법을 모색할 수도 있다. 여당 또한 한보 청문회 개최와 TV중계를 받아들임으로써 국민의 눈길을 외면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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