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업주 제조업 손떼기 임대업 눈돌려

적자나 노사갈등으로 골치를 앓느니 차라리 공장을 임대나 놓자며 수십년 쌓아온 제조업에서 손을 떼는 기업주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대구의 대표적 섬유 수출업체였던 ㅂ사의 북구 노원동 공장터에는 지난해 지하1층 지상9층 짜리대형건물이 세워졌다. 직물-염색업을 하던 사장이 직물업을 거의 정리하고 건물임대업을 시작한것.

서구 이현동 서대구공단의 ㅅ알미늄공장은 간판을 그대로 걸어놓았으나 최근 공장터를 카인테리어점에 세놓고 공장 정리작업을 벌이고 있다.

생산시설을 직원에게 매매-임대해 생산성을 높이는 방편으로 도입된 '소사장제'가 부동산경기 침체로 공장처분이 어려워지자 제조업에서 손떼는 수단으로 편법 이용되는 경우도 잦다.직물업계의 한관계자는 "서대구공단의 ㄷ직물, 성서공단의 ㅅ직물등 소사장제를 도입한 업체가전체의 10%%인 1백개소가 넘는다" 며 "이중 임대료만 챙기고 제조업계에서 사실상 떠난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ㄱ화섬,ㄷ직물,ㅈ사등은 7호광장,대백프라자 건너편 등지에 고층건물을 지어 제조업과 빌딩임대업을 겸업하고 있다.

제조업을 하고 있지만 공장을 세울 형편만 되면 언제라도 그만둘 생각을 갖고있는 업주도 상당해'탈제조업 현상'은 점점 심화될 조짐이다.

섬유업체 사장 김모씨(35)는 "공장 문을 닫으려면 은행빚과 직원퇴직금 때문에 5년간 매월 5억원씩 부담해야 할 형편이라 월1억원 적자를 내면서도 문을 못닫는다"며 "공장을 세우고 임대업을시작한 사람은 행복한 경우"라고 했다.

이처럼 산업구조 개편대상인 한계기업만이 아니라 수십년 전통의 '터줏대감'까지 제조업계를 떠나는 것은 불황탓도 크지만 지역 기업인들의 제조업에 대한 매력상실이 근본 원인으로, '지역산업의 위축'이란 측면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상황이다.

기계업을 하는 박모씨(51)는 "열심히 일했던 ㅅ화학 이모사장등 친구 3명이 공장을 세놓고 골프를 치러 다닌다"며 "공장을 할때보다 임대수입이 훨씬 짭짤하다지만 '기업가 정신'을 잃은 그들이안타깝다"고 말했다.

〈崔在王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