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윤재근 칼럼-정 총회장, 입 여시오

"한양대교수·국문학"

한보(韓寶)의 수서사태와 당진사태는 부정부패의 먹이사슬이 특혜금융 고리로 짜여있음을 여실히드러내고 있습니다. 부정부패의 먹이사슬을 찾아내 잘라버리기는 어렵다고 하지만 따지고 보면마음 먹기에 달렸습니다. 구렁이 담 넘듯이 처리하면 어렵고 인정 사정 볼 것 없이 칼로 무쪽 잘라내듯 하면 간명하게 척결할 수 있는 것입니다.

말로만 성역없이 척결한다 해놓고 뒤로 얼버무리는 짓들이 되풀이되는 탓으로 한 기업인이 세 번씩이나 세상을 벌집처럼 쑤셔놓을 수 있는 것입니다. 정직성이 의심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두번다시 발붙이지 못하게 하는 냉혹함이 있다면 이번 부도사태 같은 것은 일어날 수 없습니다.*나라 훔치는 큰도둑들

도둑질하고 뻔뻔스럽게 잘 살 수 있는 세상이라면 그런 세상은 끝장나게 마련입니다. 잘 살다가가난하게 전락한 나라들을 보면 큰도둑들로 망해버린 꼴입니다. 한국도 그런 나락으로 빠질까 보아 무척 겁이 나고 무섭습니다.

91년 정초에 수서사태로 물의를 빚었던 분이 97년 정초에 다시 엄청난 부도사태로 세상을 흔들고있습니다. 한번 신용에 금이 간 당사자가 어떻게 여러 은행들로부터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을 대출받을 수 있느냐고 물어 볼 필요도 없습니다. '도심(盜心)'끼리 만나면 남의 돈을 제 돈인양 훔쳐 갖는 짓을 겁없이 하게 됩니다. 이번 부도사태를 당하면서 나라 돈을 장물처럼 여기고 장물아비로 숨어 있는 큰도둑들이 여기 저기 진을 치고 있어서 부정부패의 균이 골수에까지 박혀 있다는 걱정을 놓을 수 없습니다. 좀도둑은 남의 집 돈궤를 훔치지만 큰도둑은 나라를 훔칩니다. 나라를 훔치는 큰도둑들을 잡아내 영영 귀양을 보내야 나라가 잘 살 수 있습니다.

*정총회장에 칼자루

이번에는 정말 나라를 위해 어물쩍하고 넘어가지 말아야 합니다. 재산을 지키겠다는 탐욕을 접어두고 한보의 정총회장께서 크게 한번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탐욕이 정의를 짓밟는 것 같지만정의는 반드시 탐욕을 밟고 일어납니다. 정총회장께서는 큰 도둑들이 발붙이지 못하게 요절낼 수있는 칼자루를 쥐고 있습니다. 큰 도둑들을 일거에 칠수 있는 장본인은 대통령도 아니고 특별검사도 아니고 국회의 국조위도 아닙니다. 바로 정총회장님 당신입니다.

정총회장께서 나라의 장래를 위해 마지막 봉사의 기회를 놓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 기회를 놓치면 도둑의 편을 들어주려고 입을 다물었다는 욕을 먹고 국민의 정신적 뭇매를 면하기 어렵습니다. 몇몇 큰 도둑의 눈치를 볼 것 없습니다. 백성의 눈치를 살펴 입을 여십시오.*후손위한 마지막 봉사

빈 손으로 왔다 빈 손으로 가는 인생이 아닙니까. 이미 기울고 엎질러진 물을 다시 담아보려고발버둥치면 칠수록 점점 추해질 뿐 건질 것이라곤 별로 없습니다. 연연하지 마시고 거침없이 입을 열어 정총회장님의 심중에 숨어있는 큰 도둑들을 낱낱이 밝히시면 부정부패의 늪을 정화하는계기가 될 것입니다. 더럽고 추한 부정부패의 늪을 치워버리는 계기를 만들어 주시면 그보다 더훌륭한 봉사는 없습니다.

검사들을 애태울 것없이 정총회장께서 입을 열면 나라를 훔치는 장물아비들이 줄줄이 드러날 것입니다. 도둑을 부는것은 배신(背信)이 아닙니다. 도둑들 사이에는 신의란 없고 감추고 숨기는 것밖에 없습니다. 신의가 없는 판에 무슨 배신이겠습니까. 그러므로 정총회장께서 입을 열어 큰 도둑을 털어내면 우리 후손들이 복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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