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선선상에서… 박찬종

"국정난맥 대국민 대화 부족탓"

박찬종 신한국당 상임고문과는 4일 오후 자신의 사무실인 여의도 남중빌딩802호에서 만났다. 많은 얘기들이 그의 달변속에 진행됨에 따라 인터뷰시간은 2시간을 훌쩍 뛰어넘었다.무소속 등 야당시절과는 많은 점에서 변모한 박찬종씨를 느낄수 있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표현에서의 신중함이다. 현 정부에 대한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되 표현을 정제하려 애썼다. 또다시 '독불장군'이란 표현이 그를 지칭하는 수식어가 될까를 의식하는 것 같았다.박고문은 매일신문에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고도 했다. 89년 5공청산문제와 관련, 당시 야권이이를 정치적으로 대충 마무리지으려 하자 자신은 이를 야합으로 규정, 국회에서 홀로 일주일간단식 농성을 했었는데 당시 매일신문에 게재된 '박의원의 외로운 투쟁'이란 칼럼을 읽고 눈시울붉히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단연 선두로 나서고 있고 대구·경북지역에서도 마찬가지 양상인데 그이유를 무엇으로 보십니까. 지난번 서울시장선거 결과처럼 '거품인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도있습니다.

▲서울시장선거 때 34%%득표율을 기록했습니다. 문희갑대구시장이 36%% 득표율로 당선됐습니다만 여하튼 이러고도 당선이 안되니까 거품인기란 말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당시에는소위 3김(金)씨 사이에 무소속의 필마단기로 출전한 데다 조직과 자금이 말할수 없이 열악했습니다. 사실 기본지지표를 득표율로까지 폭발시키지 못했지요. 지금의 여론조사 결과 역시 기본 지지표가 그대로 반영된 결과로 봅니다.

-민심과 달리 당심(黨心)은 여전히 바닥권인 것 같습니다. 연초부터 이의 극복방안으로 부지런히지구당위원장과 대의원들을 접촉해 나가겠다고 하셨는데.

▲연초부터 좀 적극적으로 이들을 만나 보려 했는데 현 시국으로 볼때 그럴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어서 아직 삼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원외이다 보니 국회 의원회관에 사무실이 없는 관계로 특히 현역 의원들과 만나는데 스스로 만날 기회가 제약되고 있다는 점은 경선을 염두에 둔다면 굉장히 불편하고 불리한 것만은 분명합니다.

-현재 경제난을 비롯해 여러가지 국정 운영상의 난맥등으로 김영삼대통령의 지지도는 급전직하입니다. 노태우전대통령의 최악의 인기때보다 오히려 더 낮다고 할 정도인데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보십니까.

▲ 야당같으면 마음대로 얘기할 수 있겠지만 집권여당의 입장에선 좀더 현실적인 입장에서 '당신이 그자리에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자문을 해보게 됩니다.

이러면 정말 겁이 덜컥 납니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여러가지 여건이 어려운 나라입니다. 좁은 땅에 세계 수위의 인구밀도에다 부존자원이 있는 것도 아니며 지역갈등 구조에 거기다 님비현상까지, 또 교육열은 광신적이지만 질은 낮고 남북분단 상황에 경제구조는 취약하고…. 이런 나라의책임을 맡는다는 것은 정말 두려운 일입니다.

그런데 김대통령에게 부족한 것이 있다고 한다면 대국민 설득과 대화부분인 것같습니다. 경제를본다면 지난해 하반기 이후 이미 악화되기 시작했으나 정부가 우선 진단을 잘못했고 또 경제가본격적으로 악화되는 와중에 노동법 개정안을 들이댔습니다. 대국민 설득을 통한 합의가 결국 빠져 있는 것입니다.

-박고문께서는 차기정권의 의미를 두고 '문민2기'로 부여하고 계시는데 김대통령의 인기가 이 추세대로 간다면 막상 여권 대선후보로 정해질 경우 오히려 분리전략을 쓰게 되는 것은 아닙니까.▲자유민주 질서를 통해 궁극적으로 통일까지 이루려면 남한에 있어선 정치에 군이 개입해서는안된다는 생각입니다. 김대통령은 군의 정치개입을 근원적으로 차단하고 이 상태가 확고히 이어지도록 만든 분입니다. 단순 개념의 독재냐 반독재냐 하는 소모적 논쟁에도 종지부를 찍도록 했습니다. 이점에서 김대통령은 큰 일을 한 것입니다. 다만 이같은 토대속에서 그릇에 담는 내용들이 국민들의 성에 차지 않는 측면은 있을 수 있겠지요. 그러나 어떻든 이런 토대위에서 문민 2기를 열어가야 하고 국부 증진 등 당면과제에 도전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대통령이 이제 카리스마처럼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관리'하는 시대로 들어가야 합니다.-경제난이 가중되면서 차기대통령은 경제에 밝은 이가 돼야 한다는 여론이 높습니다. 박고문의경우 거론되는 여야 대선예비주자중 유일한 상대출신인 데다 공인회계사출신이란 점이 국민들에게 그래도 경제를 좀 아는 예비후보로 어필되는 것 같습니다. 경제관련 저서도 출판한 바 있고요.▲저는 경제전문가도 아니고 또 대통령이 반드시 경제에 대해 박학다식해야 한다고도 생각지 않습니다. 다만 법이든 경제든 최소한 기본적 소양은 있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노동법 파동도법문제이기도 하지만 그 기본적 배경에는 경제현실이 있는 것 아닙니까. 책을 써낸 것도 전문가라서 쓴 것이 아니고 그간 경제현장을 답사하고 기업가와 의견을 교환하면서 체득한 것을 쓴 것일 뿐입니다.

-현재의 경제난국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해법이 있다면.

▲우리의 경우 부존자원이 없다 보니 수출위주로 경제를 부양시켜 왔습니다만 이것이 고비용-저효율이란 A급태풍과 부닥쳐 상황을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중장기적으로 개선해야 하겠지만 단기적으로 해결할 부분도 있습니다. 한 예로 우리의 작년 경상수지 적자가 2백30억달러에 이르고있지만 수입품목 가운데 3분의1인 5백억달러가 1회성 소비재 수입에 소요되고 있습니다. 20%%만줄인다면 1백억달러를 절약할수 있는것이지요. 또 임금문제도 과외 및 주택정책 등에서 획기적인방안을 도입, 임금을 실질화함으로써 매년 임금투쟁 등으로 소실되는 부분을 없앨 수 있습니다.-대구지역의 경제가 전국에서 최악의 국면을 보이고 있습니다. 나름대로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신 것이 있으십니까.

▲대구경제 또한 고비용-저효율구조를 극복하는 것이 문제의 핵심입니다. 이를 위해 섬유산업의경우 다품종 소량생산과 고부가가치 생산체계로 변화시켜야 하고 중앙과 지방정부는 디자인연구소 등 섬유 SOC의 확충을 대폭 지원해야 합니다. 성장성있는 기업의 흑자도산 방지를 위해 총액중심이 아닌 수요중심의 탄력적 금융지원도 필요합니다. 또 현재 내수 중심의 제조업을 수출의비중이 늘도록 조정해야 하고 이를 위해 섬유기계업 중심의 산업을 다각화해야 합니다. 수출을위한 물류 SOC의 확충을 위해 공항, 항만등에 대한 지원도 적극 검토돼야 합니다.-대선 공식 출마선언은 언제쯤 하실겁니까.

▲언제쯤이 될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첫번째로는 안 할것입니다. (웃음).

-8개 시도에서 50명이상의 대의원을 확보해야 하는 당헌 당규의 대선후보 경선규정과 관련, 불합리성을 주장하고 있으신 데 적극적으로 의견을 관철할 용의는. 여권핵심부의 대폭적인 대의원 물갈이설도 제기된 바 있는데.

▲현행 당헌 당규는 극단의 경우에 후보 한사람만이 등록될 수도 있는 규정인 만큼 경선규정으로는 분명 흠결이 있습니다. 고쳐지는 것이 정상이지요. 대의원 물갈이설은처음 듣는 얘기지만 우리당이 대선후보를 뽑는 과정에서 국민 눈에 거슬려서는 본선에서 어려울 것입니다. 국민이 선택해야 할 것을 5천명 가량의 대의원들의 아집수준에서 뽑혀서는 안될 것입니다. 대의원들 또한 민의를 거스를 수는 없으며 대의원들의 선의를 믿으려고 합니다.

-한보사태의 핵심문제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개발독재 시대엔 국민자본을 키우는 차원에서 재벌에 대한 특혜가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습니다만 자원의 합리적 배분이란 측면에서 볼때 폐해가 적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죠. 특히 한보의 경우는 그 정도가 도를 한참 넘었어요.

검찰은 신속하고도 성역없는 수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해야 합니다. 이번 사태를 교훈으로 삼아특혜적이고도 독과점적인 금융관행도 뿌리뽑아야 합니다.

-소위 'TK정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영남의 선비정신은 우리 역사 곳곳에 흘러 있지요. 청렴결백하고 강직하면서 자존심도 강하고… 종합적으로 봐서 국가경영 대도에 있어 어긋난 일들이 많고 하니 지역민심이 그런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야권의 DJP연합에 따른 단일후보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이들이 단일후보를 만들어 낼 가능성도 있으나 JP와 DJ의 지지기반이 서로 이반적인 것이 돼서 두고 봐야겠습니다. 〈裵洪珞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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