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이 혼돈속에서 비틀거리고 있지만 어디로 나아가야할 지 갈피를 잡지못하고 있다. 당내에서는 김영삼대통령이 당에 부담이 된다는 얘기가 스스름없이 나오는 등 사실상 레임덕현상을 맞고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여권 핵심부는 뚜렷한 대응책을 도출해 내지 못하고 있다.요즘 여권의 기류는 이전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예전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3일열린 시월회모임에서는 초선의원들이 금기발언을 깨뜨렸다.
심지어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바닥세인 만큼 새로운 대선후보를 조속히 드러내 그를 중심으로새출발해야 한다"는 발언까지 나왔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당지도부의 반응이다. 과거같으면 난리가 났을 것이다. 작년말 환경노동위원들이 정부여당의 노동법 개정안에 이의를 제기했을때 '작태'라는 표현까지 쓴 바 있다. 당지도부야 속으로는 분통이 터지겠지만 표면상으로는 이례적으로 유화적이었다.
강삼재총장은 "초선의원들도 나름대로 시각이 있겠지만 전반적이고 큰 구도에서 보면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며 "조기가시화니 당정개편이니 하지만 그 후유증을 어떻게 감당하려는 것이냐"고 반문했지만 톤이 낮았다.
오히려 그는 "가장 민주적인 정당임이 입증된 것 아니냐"며 문제삼을 뜻이 없음을 시사했다.물론 강한 말투로 유명한 강총장이 이같이 유연하게 나온 데는 당내에 초선의원들의 주장이 광범위하게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당지도부의 골머리를 앓게하는 것은 초선의원들의 반기에 이제 중진의원들도 가세할 모양이기 때문이다. 재선 주축의 모임인 한백회(간사 노승우의원)와 김윤환고문 계보 성격인 '21세기정책연구원'이 4일과 5일 각각 모임을 가졌다. 물론 화제는 자연스럽게 당의 위기상황에 대한 우려로 이어졌다.
당이 더욱 어수선해 보이는 것은 일부 대선주자들이 제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기때문이다. 이홍구대표가 총재 1인중심의 당체제를 비판했고 이회창고문은 한보 특혜사건 연루자의 정계은퇴를 촉구하는 등 강성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러가지 당내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이는 명백히 '레임덕현상'이다. 카리스마적인 김영삼대통령에게 권력누수가 오히려 빨리 찾아온 게 아이러니일 정도다.
이처럼 당이 위기국면을 맞고 있고 내부에서 조차 당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지만 여권 핵심부로서는 뚜렷한 카드가 없다는 점이 큰 고민이다.
일단 가장 주목을 끌고 있는 대선후보 조기가시화 및 조기 전당대회개최 등에 대해서 강총장은레임덕 등의 후유증을 들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물론 김대통령의 탈당 얘기는 꺼낼 엄두도 못내고 있다. 이는 전적으로 김대통령의 결심사항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당정개편과 함께 여권 대선후보를 3~4명정도 압축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 다니고 있다.
다만 현재 현실성있게 거론되고 있는 게 2월말 및 3월초의 대대적인 당정개편 가능성이다. 물론여권내에서는 당정개편만으로 민심을 수습할 수 없다면서 대선후보 조기가시화를 주장하는 이가늘어가고 있다.
〈李憲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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