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파리 외곽 생드니의 랩

역사상 그 어느때보다 우리사회가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는 오늘날, 젊은이들의 문화를 한마디로대변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같은 의미로 90년대 프랑스 젊은이들의 문화도 단수형이 아닌, 복수형의 '젊은문화들'이 다양한 양상으로 공존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중에는 부모나 형세대에게서전해받은 것들이 있는가 하면, 새롭게 생겨나 젊은이들에게 크게 호응을 받고 있는 것들도 많다.이는 90년대 프랑스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음악들을 살펴보면 금방 드러난다. 디스코, 록, 펑크, 레게 등 이제까지 존재한 대중음악의 모든 장르들이 현재에 생겨난 랩이나 테크노 팝들과 나란히프랑스 젊은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음을 보게된다. 이 중에서도 '랩'(RAP)은 미국에 이어 프랑스에서도 사랑을 받고 있는 젊은이들의 음악인데, 그 이유가 90년대 프랑스의 시대상과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어서 눈여겨 볼만하다.

1990년대 프랑스사회는 경제불황과 함께 이전보다 강경해진 정치, 그럼에도 계속되는 사회혼란과빈곤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사상최대의 실업률, 이민 강경책, 극우파의 기승, 도시외곽 지역외 폭력증가등은 이러한 사회현상을 대변하는 구체적인 예들이다.

이러한 사회환경속에서 90년대의 젊은이들은 그들의 앞 세대들보다 자아에 대한 상실감과 장래에대한 불확실성, 그리고 사회로 향한 막연한 분노감을 더 많이 간직하고 있다고 흔히 말해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시영아파트(HLM)들이 모여있는 도시외곽지역은 이 모든 문제들을 한꺼번에 안고 있는 지역으로 반사회적인 폭동과 경찰과의 충돌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이에따라 '도시외곽지역 문제'는 95년 대통령선거당시 후보들의 주요공약으로 등장했고, '논픽션'의 형식으로영화로 표현되었는가 하면, 대중음악인 랩으로 불려져 고발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 마띠유카소비츠감독의 영화 '증오'(La haine)는 '모두가 꺼리는 어두운 현실'을 진솔하고 사실감 있게표현, 95년 칸영화제에서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영화속 젊은이들이 거리로 나와 자신들의현실을 노래로 고발하는데 그것이 바로 랩이다.

'랩이 음악이냐 아니냐?'라는 논쟁을 떠나, 어쨌든 90년대 프랑스 사회의 소외계층인 도시외곽지역 젊은이들은 랩이라는 음악의 형식을 빌려 그들의 소외감정과 반사회감정을 노랫말과 리듬에실었다. 누구든, 어디서든, 즉흥적으로 쉽게 지어 부를수 있는 랩은 수많은 젊은이들이 자연스럽게 호응할 수 있는 거리의 젊은문화로 부상하게 되었다.

펑크, 레게, 디스코등… 지금껏 존재한 모든 장르의 대중음악들이 공존하면서, 상업성과 결부되어그 고유성을 상실하고 있는 90년대, 랩이야말로 노랫말로 시대성을, 리듬과 춤으로 젊음을 표현하고 있는 이시대 젊은이들의 솔직한 음악이라고도 하겠다. 90년대 프랑스 젊은이들은 침묵대신 랩을 통해, 그들이 바라본 사회상을 그대로 토로하고 있다.

이런 사회적인 배경을 가장 잘 대표하고 있는 지역이 파리 북쪽 셍드니(ST Denis)와 이곳 젊은이들이다. 셍드니 지역은 파리근교에서도 폭력사고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곳으로, 경찰력과 시민들의 충돌이 심각하기로 유명하다. 이 곳 출신 2인조 랩그룹 NTM은 최근 노랫말시비로, 표현의자유를 보장하는 프랑스에서는 처음으로 3개월간 가수활동정지령을 받았는데, 판정의 비공정성을두고 사회적으로 크게 문제가 되기도 했다.

〈파리·李仙珠통신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