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울 종로에 너구리가 산다네

'서울 한복판 종묘에 너구리가 산다'

척박한 아스팔트를 헤매며 도심 한가운데 보금자리를 튼 너구리 일가의 성장기록 '종묘 너구리'가 곧 선보인다. KBS1TV가 방송 70주년과 개국 50주년을 맞아 준비한 '종묘 너구리'는 미확인소문으로 시작해 10개월간에 걸쳐 촬영한 이색 자연다큐멘터리. 지난 5일 탈진상태로 발견돼 치료를 받다 끝내 숨지면서 사람들을 안타깝게 한 바로 그 너구리의 이야기다.

이 너구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꼬리에 줄무늬가 있는 아메리카 너구리와는 다른 토종 우수리 너구리. 행동이 잽싸고 영리하며 까탈스런 이 너구리가 어떻게 해서 서울 종로 한 복판까지 오게된 것일까. 제작진들은 원래 터전을 북한산으로 추정한다. 그러나 북한산의 환경이 파괴되면서 북한산길을 따라 남하했고, 삼청공원 숲으로, 비원으로, 창경궁으로, 결국 마지막 숲인 종묘에 이르게 된 것. 이 마지막 숲에 이르러 야생 너구리들은 새로운 도심 환경에 적응해 갔다.관람객들이 먹다 버린 음식 찌꺼기들이나 비둘기, 들쥐. 밤에는 8차선 대로로 이어지는 주차장광장까지 먹이를 찾아나섰다. 하수구에서 생활하면서 밤에만 나오기 때문에 그간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고 살수 있었다.

스스로 탯줄을 끊고 다섯마리 새끼를 분만하는 장면을 비롯해 어떻게 종묘의 담을 뛰어 넘는지,먹이는 어떻게 찾아내고 어떤 길을 다니는 것이 안전한지를 가르치는 어미의 모성애와 새끼들의홀로서기등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특히 도심까지 파고든 너구리의 처절한 생존을 통해 도시환경에 대한 경고와 자연과 인간의 공존이란 큰 주제를 제시한다. 방송은 3월3일.〈金重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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