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노동당비서이며 노동당서열 3위인 황장엽이 북경에서 한국으로의 망명을 신청했다고 한다. 참으로 충격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그는 북한의 최고위급인사의 한 사람으로서큰 영향력을 행사해왔기 때문이며 또 그가 망명을 한 시기가 김정일의 55회 생일과 주석직 취임등 중요한 정치적 일정을 목전에 두고 일어났기 때문이다.
황장엽은 북한의 주체사상을 이론화하고 체계화하는데 큰 공헌을 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1950년대말과 60년대초에 틀을 잡기 시작한 주체사상(자주성의 4가지원칙)은 중·소분쟁과 사회주의체제 건설의 와중에서 대외적인 자주성의 확보와 대내적인 동원을 위해 제시된 정책대강이었다.
황장엽은 1920년대에 들어와서는 주체사상의 대외적 적용을 통해 비동맹외교를 주도하는데 앞장서기도 하였다.
또 황은 미국과 북한의 접촉초기에 미국의 카네기재단선임연구원인 셀리그 해리슨과 손잡고 미·북한 접촉을 트는데 중요한 역할도 수행하였다.
황장엽의 망명신청이 우리에게 충격적인 이유는 당서열 3위이며 북한전체의 권력서열 24위인 그가 왜 망명신청을 하지않을 수 없게 되었으며 그것도 중국이나 제3국이 아니고 한국으로 하게 된것이냐는 것이다. 여기서 상도(想到)되는 점은 북한이 개방을 두고 강경파와 온건파가 끊임없이대결을 하였다는 점과 그 대결구도가 군부와 민간인(Civilian)의 대결이란 점이다. 그리고 그 대결은 단순한 개방만을 위한 대립이 아니라 정치노선의 대립까지 감으로써 그의 주장이 설 자리를상실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한국을 망명지로 택한것은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한다.황장엽을 한국에서는 북한내의 강경파인물로 평가하기도 한다. 즉 그는 북한이 중국식의 개방정책을 택하면 망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는 것이 그러한 평가의 주된 이유다. 그러나 오히려그는 북·미관계 개선에 상당한 역할을 했고 또 하고 있는 인물로 평가받는다는 사실이며, 이 평가가 정당한 것이라면 그의 망명신청은 더욱 큰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최근 미국, 중국, 일본등은 '북한살리기'에 공동보조를 취해왔다. 그들은 북한이 개방정책으로 나아가고 있고 따라서 개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될것으로 본다. 그리고 당분간 한반도에 두개의 '코리아'가 병존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황장엽의 망명은 그 동기여하에 따라 이러한 관계국들 특히 미국의 대북한인식에 변화를 초래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황의 한국망명이 실현된다면 남북한관계는 당분간 현재보다 더 경색된 상황으로 갈지 모른다. 북한은 체제안정을 위해 그리고 황의 망명이 가져올 파장을 줄이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것이며 대(對)미·일관계등에서도 한국배제정책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구할지 모른다.우리정부는 황의 망명이 실현될 수 있도록 특히 중국에 대해 신중하고 효과적인 외교활동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황의 망명요청이 전통적으로 북한과 우호관계에 있고 또 최근 북한과의 정치적관계를훼손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중국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황장엽이 한국에 의해 납치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황장엽의 망명은 정치적 망명 동시에 인권의 차원에서 다루어져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한반도의통일을 앞당기는 차원에서 수용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북한으로 하여금 불필요한 감정을 촉발시킴으로써 남북화해·협력 나아가 통일에 역행하도록 하는것은 민족의 장래를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