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북경 스케치-황장엽망명

○…북한의 최고위급 망명자인 황은 12일 오전 10시5분 한국대사관에서 동북쪽으로 3㎞가량 떨어진 북경시 조양구의 한국총영사관에 자신을 수행한 김덕홍 노동당자료연구실 부실장과 함께 모습을 나타냈다.

황은 한국인 민원인과 총영사관 직원들이 출입하는 문에서 영사과 직원들을 처음 만나 "여기가한국대사관이냐"고 물은 뒤 자신의 신원을 밝히고는 "영사를 만나러 왔다"고 말했다는 것.곧이어 남상욱총영사가 2층에서 내려와 황과 김을 데리고 2층에 있는 자신의 방으로 데려갔으며그의 망명의사를 확인하고 중국당국에 그 내용을 통보했다는 것이 한국대사관측의 설명.이날 오후 6시3분께 잠시 영사관 밖으로 모습을 나타낸 남총영사는 "황이 제발로 찾아와 자신의신원과 함께 망명의사를 밝혔다"고 '자의에 의한 망명'임을 거듭 강조했다.

이에 앞서 정종욱대사는 황의 신병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총영사관을 방문, 한동안 총영사관에 머물다가 오후 6시45분 총영사관에서 나와 기자들과 맞닥뜨렸으나 모든 부분에 대해 노코멘트로 일관.

한국대사관측은 밝히지 않고 있으나 황은 사전에 전화 등을 통해 영사관측과 연락을 취해 자신이영사관에 도착할 시간을 미리 정했던 것으로 보인다.

○…11일 오후 2시55분 중국민항 926편으로 북경에 도착한 황이 그날 밤을 어디에서 묵었고 어떤경로를 거쳐 망명을 요청하게 됐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있다.

그러나 그가 부총리급의 고위 인사이고 거의 모든 중국방문 북한 공직자들의 전례로 미뤄 한국대사관에서 약 1.5㎞, 한국총영사관에서 2㎞ 가량 떨어진 북경시 조양구 외교단지내 북한대사관에서묵었으리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얘기다.

황은 12일 아침식사를 한 후 "백화점에 가겠다"고 말한 후 수행자인 김과 함께 대사관을 빠져나와 교통상황을 감안하더라도 택시로 1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한국총영사관으로 직행한 것으로보인다.

○…정대사는 이날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대부분 "노코멘트로 하겠다"고 응답.그는 황이 어떻게 한국 영사관측과 접촉이 이뤄져 망명을 요청했으며 구체적으로 어떤 말로 망명을 요청했는지 등에 대한 일체 언급을 회피.

정대사는 또 자신의 발표가 공식 발표가 아님을 강조하면서 황의 신병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해 "본인의 신변 안전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우리 공관 지역에 있다고만 해달라"고 요청.○…황은 11일 오후 2시25분(북경시간) 중화항공 926편으로 북경에 도착, 귀국할 예정이었으나 12일 오전 비서 김덕홍과 망명을 요청.

황이 북경에 도착한 뒤부터 망명 신청까지의 행적은 아직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그가어디에 묵었고 어떤 방법으로 감시망을 따돌렸는지가 가장 큰 의문.

그의 비서인 김이 어떤 인물인지에 대해서는 북경에서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다.○…북한 고위급 인사의 망명설은 며칠 전부터 북경에 나돌았으나 그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오리무중인 상태였다가 결국 황장엽인 것으로 판명.

소문은 이 고위급 인사가 이미 일본 정부에 망명 신청을 했고 북한 체제를 지옥이라고 비판했다는 것.

○…이날 황장엽을 면담했던 남상욱(南相旭)총영사는 '영사관문앞에서 내가 황장엽이라고 말해영사관안으로 들어오게 했다'고 밝혔다. 주중대사관의 한관계자는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월드트레이드센터내의 대사관보다 인적이 드문 대사관구역내의 영사관을 선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대사관에서 한국대사관까지는 승용차로 5~10분, 한국영사관은 20~30분가량이 소요된다. 황장엽은 이날오후4시 북경역에서 열차편으로 귀국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저녁 외국기자들이 한국영사관입구로 몰리자 중국공안당국은 이날저녁9시께부터 한국영사관으로 들어가는 동삼가(東三街)입구에서부터 경찰차를 배치하고 차단막을 설치하는등 일반인들의 출입을 제한.

중국공안들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사건이 발생해 지나갈 수 없다. 어떤사건인지는 모른다. 상부의 명령이다. 돌아가라"며 영사관으로 이르는 길목을 봉쇄, 영사관앞에 있던 일부한국기자들과 외신기자내 한국인들의 신변보호도 요청했다고 주중대사관 관련자가 밝혔다. 주중한국대사관은 또교육관을 통해 각대학의 학생회에 학생들의 신변안전에 주의해줄 것도 전달했다. 한편 중국공안당국은 이날밤 공안국 출입국관리국의 유영상(劉永祥)부처장등을 한국대사관으로 파견, 황씨의 탈출과 안전문제등을 논의했다.

○…황장엽의 망명신청이 알려진 12일저녁 늦게까지 북경시 조양구외교단지안의 북한대사관에는1,2,3층의 방에 불이 대부분 켜져 황씨의 망명에 따른 대책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이날 북한대사관측은 황씨가 한국으로의 망명을 요청한 사실을 아느냐는 전화질문에 그럴리가 없다고 부인했다는 것. 북한대사관은 건물안의 방에는 불이 늦게까지 켜졌으나 외곽에는 일부 보초병만이 경비를 하는 평소와 같은 분위기를 보였다.

○…주중한국대사관과 북경총영사관직원들은 황장엽과 비서1명의 망명요청이후 일제히 비상사태에 돌입.

총영사관측은 이날 오전 황이 찾아와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망명을 요청하자 고위급이란 점에서순간적으로 당황했지만 즉시 정종욱(鄭鍾旭)대사등 고위층에 이같은 사실을 보고하고 대책을 숙의. 정대사는 기자들과 만난자리에서 중국측의 1차적인 반응에 대해 답변을 피했으나 한관계자는북한과 피로맺은 우의관계를 강조해 중국의 입장이 곤혹스러울 것이라고 귀뜸.○…황장엽등이 망명신청을 한 주중한국대사관 북경총영사관에는 12일 저녁6시40분께 황등이 식사를 위한 것으로 보이는 라면상자 3개분량의 음식이 배달돼 들어가기도. 저녁부터는 총영사관주변에 평소1~2명정도의 무장경찰이 보초를 서던것과는 달리 기관단총으로 중무장한 병력20여명이영사관주위에 증원배치됐고 정대사도 이날 저녁6시50분께 남상욱(南相旭)총영사의 안내를 받으며총영사관에서 나와 일단은 황등이 총영사관안에서 우리측요원의 보호를 받고있을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황장엽이 비서관 1명과 함께 한국 영사관에 망명을 요청하자 정종욱대사를 비롯한 50여명의대사관 및 영사관 직원들은 일제히 비상태세에 돌입.

관계자들은 황이 자신의 신분을 밝히자 순간적으로 당황하고 놀라기도 했으나 곧 여유를 되찾고정대사 등 대사관 고위층에 긴급 연락을 취하고 대책을 숙의한 끝에 중국 당국에 이같은 사실을통보.

정대사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측의 1차적인 반응에 대해 답변을 거부했으나 한 관계자는북한과 피로 맺은 우의 관계를 강조해온 중국의 입장이 대단히 곤혹스러울 것이라고 귀띔.○…정대사는 당초 이날 낮 12시 40분발 대한항공편으로 공관장 회의 참석차 귀국할 예정이었으나 황의 망명이라는 돌발 사태로 귀국을 연기.

〈북경·田東珪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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