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황장엽 조속히 서울로"-북경서 망명…북서열 24위

"정부-외교채널 총동원 대중협상 착수"

정부는 13일 주중대사관을 통해 망명을 요청해온 북한의 황장엽 노동당국제담당비서를 가급적 빠른 시일내 서울로 데려오기로 하고 이를 위해 모든 외교채널을 전면 가동, 중국정부등 관련국과의 외교협상에 착수했다.

정부는 이날 황비서의 한국망명을 위한 중국과의 외교적 절충을 위해 김하중외무장관특보를 비롯, 정부부처 실무진으로 구성된 정부대표단을 북경에 급파했다.

유광석 외무부 아태국장은 "중국측과의 1차 교섭을 통해 황비서등의 망명경위등을 설명하고 중국측의 협조를 이미 요청했다"며 "이에 대해 중국측이 내부 입장정리가 필요하다고 밝혔으며 조만간 중국측의 입장이 통보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특히 이번 사건을 조기 수습하기 위해서는 황비서의 객관적인 자유의사확인이 중요하다고판단, 유엔난민고등판무관(UNHCR)을 포함한 유엔등 국제기구의 개입을 요청하는 방안을 적극강구 중이다.

정부는 또 북한이 황비서의 한국망명요청을 '납치극'이나 '조작극'으로 선전,어떠한 형태로든 '방해공작'이나 보복행위를 시도할 것으로 보고 이에 대비해 미국정부등 관련국을 상대로 이번 사건이 황비서의 자유의사에 의해 발생했음을 지적,우방들의 외교적 협조를 요청하는등 다각적인 대책도 마련중이다.

이날 저녁 싱가포르로 떠날 예정인 유종하외무장관도 망명협상을 조기에 타결짓기 위해 14일오전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외무장관회담 참석차 싱가포르를 방문중인 전기침중국외교부장과만나 중국정부의 적극적인 협력을 요청키로 했다.

한편 북한의 황장엽 노동당 국제담당비서가 12일 북경소재 주중한국총영사관으로 찾아와 한국으로의 망명을 신청해왔다고 외무부가 이날 오후 발표했다.

유광석 외무부 아태국장은 "황비서가 이날오전 10시5분께 북경주재 한국총영사관으로 찾아와 한국으로의 망명을 요청했다"면서 "주중대사관은 이같은 사실을 중국측에 통보하고 황비서의 망명을 위해 중국측과 외교채널을 통해 협의중"이라고 말했다.

황비서는 당서열 24위로 당국제부 부장과 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장, 사회과학자협회 위원장,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겸직하고 있으며 북한체제의 지도이념인 주체사상을 집대성한 북한 최고의 이론가인 거물이다.

황비서는 지난 달 30일부터 이달 11일까지 일본에서 열린 국제주체사상연구소주최 세미나에 참석한 후 11일 귀국하기 위해 북경에 들렀으나 이날 북한으로 귀환하지 않고 한국으로의 망명을 신청했다.

황비서는 이날 수행비서인 김덕홍 조선여광무역총회사사장을 대동하고 함께 망명을 신청했다고유국장은 밝혔다.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이기도한 황비서는 평양정권 수립이후 한국으로 망명을 신청한 북한 최고위층 인사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황비서는 특히 '김일성 주체사상'을 체계화시킨 체제이론가이자 김정일의 사부라는 점에서 그의망명은 북한체제의 심각한 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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