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태풍은 정부 여당 등 여권을 초토화시켰다. 때문에 정치권 주변에서는 국면전환과 분위기 일신을 위한 대폭적인 당정개편이 임박하고 있다. 물론 현 정권출범 이후 최악인 현재의 여론이라면 그 폭과 내용이 어떠하든 당정개편 정도로 순화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하지만 당정개편은 여권이 가장 손쉽게 취할 수 있는 카드다.
우선 그 시기는 김대통령 취임 4주년이 되는 25일 전후설과 3월 보선이후설이 유력하다.25일 전후설은 상징적 의미도 있고 한보 관련 검찰수사도 거의 마무리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그러나 한보국회가 될 것이 뻔한 임시국회와 3월5일 실시되는 국회의원 보궐선거의 부담이 남게된다. 임시국회가 여야의 공방전으로 엉망이 되고 보선에서 패할 경우 이전에 단행된 당정개편의의미는 퇴색해 버리기 때문이다.
다음은 3월보선 이후설. 보선일과 2월25일이 불과 8일 차이밖에 없다는 점 때문이다. 지난 5일의청와대 주례보고 내용도 근거로 작용한다. 이날 김대통령은 이홍구(李洪九)신한국당대표에게 "보궐선거에 잘 대비하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대표체제가 유지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13일 이수성(李壽成)국무총리의 사표를 김대통령이 반려, 임시국회에 대비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도 보선이후설을 강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개편의 폭에 대해서는 우선 전면적인 개편론을 들 수 있다. 복잡한 여권의 내부사정을 감안하지않고 여론만 생각할 때 나올 수 있는 카드다.
분위기 일신만을 생각한 당정'대수술'인 셈이다.
그러나 이대표 후임 당대표로 권력핵심의 입맛에 맞는 인물이 없다는 점이 부담이다. 이대표를경질할 경우, 관리형대표를 앉힐 것이냐 실세대표를 앉힐 것이냐의 문제에 직면한다.현재 관리형대표 물망에는 이만섭(李萬燮)고문이나 민주계 원로인 김명윤(金命潤)고문이 거명되고있다. 하지만 노동법파문으로 정치적 치명상을 입었으나 이대표가 권력 핵심으로부터 비교적 2인자역을 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그의 경질을 쉽게 점칠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다.또 실세대표 기용시 한보파문과 맞물려 더욱 뚜렷해질 김대통령 임기말 권력누수현상을 심화시킬것이라는 점에서 선뜻 취할 수 있는 카드가 못된다. 이 경우 현재 당내에서는 이한동(李漢東)고문대표설이 부상하고 있고 이수성(李壽成)총리의 입당설도 함께 나온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이회창대표설도 있다.
한편 김대통령의 이총리에 대한 신임도 역시 높다는 점에서 그의 경질을 단정할 수 없다는 분석도 강하다. 때문에 유임도 점쳐지고 있다.
만일 경질될 경우라면 당대표 기용설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총리 대표 카드 역시 김대통령으로서는 정치적 부담을 수반한다. 이 경우 그는 즉시 여권내 강력한 대선후보로 부상하고 당내 대선주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이총리 기용은 또 결과적으로 김대통령의 권력누수를 재촉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또한 이총리의 당대표 기용은 여권이상정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라는 점에서 당장 써먹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렇다면 자연히 부분개편으로 귀결된다. 문제가 있는 부분만 손질하고 나머지는 그대로 가는 구도다. 대상이 누가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이 역시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여론의 비난을 피할 수 없게돼 대통령의 결심을 어렵게하는 대목이다. 또 당장의 부담을 덜려다 여론악화라는 더 큰 부담을 안게 될 위험마저 안고 있다.
분명히 현 상황은 김대통령으로서는 어느 것 하나 쉬운 대목이 없어보인다. 쉽게 결단을 내리기어려운 순간이다.그리고 폭과 시기가 어찌됐든 김대통령은 이후 쉬 가라앉지 않을 여론과 맞서야한다.
〈李東寬기자〉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